정부가 13년 만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KDB산업은행에 최대 2조2000억 원 출자(出資)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TX그룹 구조조정과 동양그룹 사태 등으로 올해 1조 원대 적자가 예상되는 데다, 향후 추가로 대기업 구조조정이 있을 경우 이를 뒷받침할 자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30일 금융당국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산업은행이 올해 기록할 대규모 적자와 이에 따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1조2000억∼2조2000억 원의 출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최근 관계 부처에 전달했다. 금융당국은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산은 내부에 쌓을 충당금 부담이 늘어나고, 정책금융체계 개편에 따른 산은-정책금융공사 합병으로 연간 6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을 들어 증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책금융공사는 과거 산은이 갖고 있던 공기업(한국도로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주식과 산은이 과거 발행한 채권을 15조 원어치 갖고 있다. 당국은 이 같은 무수익(無收益) 자산이 산은으로 돌아가면 장부상 손실 및 이자비용으로 매년 6000억 원의 손해가 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당국의 이 같은 방안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복지지출 등으로 정부 재정여력이 워낙 빠듯해 조 단위의 출자 여력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 산은 출자금이 기업 구조조정에 쓰일 경우, 대기업 경영 실패에 따른 부실을 국민 세금으로 떠안는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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