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안정 보고서’
경기부진에 자영업자 고통 더 심해… 빚 450조원 중 60조가량 부실위험
대부업체 이용 늘어 부채 質도 악화
박근혜 정부가 중산층 70% 복원을 목표로 내건 가운데 전셋값 상승과 경기부진으로 중산층과 자영업자들의 부채 부담이 커지고 고금리 대출의 비중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대기업들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기업들이 과도한 부채와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어 자칫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이 31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산층인 소득 3분위(소득 상위 40∼60%) 가구의 원리금상환부담비율(DSR·소득에서 원리금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14.3%로 2011년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월급을 받아도 호주머니에 들어오기도 전에 빚을 갚기 위해 나가는 돈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정부가 2011년 내놓은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 등으로 1분위(소득 하위 20% 이하) 가구의 DSR가 2011년 22.1%에서 지난해 16.2%로 떨어지는 등 저소득층의 부채부담이 낮아지는 데 반해 중산층의 빚 부담은 늘어난 것이다.
중산층 가구 부채의 질도 악화됐다. 은행들이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만기대출 연장을 제한하고 나선 반면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은행 대신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을 받은 중산층 가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중산층 중에서도 경기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가구의 어려움이 더욱 심했다. 중산층 자영업자의 DSR는 지난해 말 18.2%로 근로자 평균 11.7%보다 훨씬 높았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가 진 빚 450조 원 가운데 부실 위험이 있는 잠재위험 부채는 60조7000억 원으로 13.5%에 이르렀다.
한은 관계자는 “자영업자 소득이 15% 정도 감소하면서 부동산가격이 30% 하락하면 빚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크게 늘어 은행 부실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이르면 내년부터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중산층 가구의 이자부담도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은은 시장금리가 2.0%포인트 높아지면 가계부채가 있는 중산층 가구의 소득 대비 이자부담 비율이 8.1%에서 9.9%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의 건전성도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대기업 중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기업의 비중은 지난해 말 17.3%에서 올 6월 말 현재 18.8%로, 같은 기간 중소기업은 9.4%에서 11.3%로 증가했다.
더욱이 이들이 빌린 자금 중 1년 이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비중은 65%에 이른다. 이들 기업 중 적자를 내고 있는 기업이 절반이 넘는 데다 최근 동양그룹 사태 등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시장이 크게 악화된 만큼 만기가 돌아오는 빚을 갚지 못해 도산하는 기업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은은 기업 수익성이 30% 하락하고 이자율이 3%포인트 오르는 수준의 경제충격이 닥치면 부도 위험 기업 비중이 현재 30.8%에서 38.7%로 급증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경제위기가 닥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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