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동재단과 한국산학협력학회, 동아일보사가 10월 23일 공동 주최한 ‘글로벌산학협력포럼’에서 필자의 연구팀은 ‘기업관점의 대학 산학협력지표 및 평가방법 개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의 대학평가모델과 대학 특성화 연구를 조사한 결과, 산학협력의 수요자인 기업의 의견이 반영된 산학협력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었다. 산학협력의 목적은 기업의 경영성과를 개선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경영활동 투입요인을 기준으로 지표를 설계했다. 기존 평가와는 다르게 대학의 실적 중심으로 평가했다.
설계된 지표는 인력, 자본, 지식·기술, 인프라의 4개의 영역과 대학의 역할인 창업, 지역사회 혁신 등 총 6개 영역으로 분류했다. 기업관점도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으로 구분해 지표와 가중치 설계 과정에서 산학협력 선호도를 반영했다.
그 결과 기업관점 산학협력 우수대학(상위 20개 대학)의 취업률 평균이 다른 대학평가 모델이 선정한 우수대학의 평균 취업률보다 6% 높았다. 특히 ‘산학협력 인력양성 우수대학’의 평균 취업률은 67.6%(상위 10개 대학)로 4년제 대학 평균 취업률(55.6%)보다 12%포인트 높았다. 수도권 대학은 산학협력과 취업률의 관련성이 떨어지는 반면 지방대는 산학협력 활동이 활발할수록 취업률이 높았다.
기업선호 인력양성 분야에서 서울과학기술대는 대·중견기업과, 한밭대는 중소기업과 협력 관계가 탁월했다. 지식·기술 활용분야에서는 포스텍이 대·중소기업 관계없이 최우수로 평가됐고 가톨릭대와 서강대가 뒤를 이었다. 대부분 대규모 종합대학이 최우수 그룹에 속했다. KAIST는 세부 지표 중에서 기술이전·사업화와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최상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창업분야는 유명 종합대보다 충남대, 전주대, 호서대 등 지방대가 최우수 그룹을 형성했고, KAIST는 우수 그룹에 들어 기존 유명 대학들의 창업 실적이 저조함을 알 수 있었다.
기업선호 인프라는 산업단지와 연접한 한양대와 한국산업기술대, 산업단지와 가까운 호서대 등이 잘 갖춰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인프라 분야와 기업컨설팅 분야 실적이 상호 연관성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조사대상 148개 중에서 중간 이하의 대학들은 대부분 세부 지표 실적이 매우 저조해 상호 비교하기가 어려웠다.
이번 평가에는 몇 가지 시사점이 있다. 첫째, 지금까지 대학의 투입지표가 평가에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기업관점 시범평가는 기업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산학협력 분야 지표를 100% 채용하는 등 ‘기업지원실적’ 관점에서 최초로 접근했다. 둘째, 인력양성 분야에서 대규모 대학보다 중소규모 특성화된 지역대학이 상위에 든 것은 대학의 특성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셋째, 지식과 기술의 활용에선 대규모 종합대학,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 산학협력 특성화 대학이 상위를 차지했다. 일반 중소 사립대의 변화가 필요하다. 넷째, 기업이 필요한 인프라를 보유한 우수 대학의 경우 산업단지 내 대학 등 산학 간의 근접성과 관계가 있다.
연구팀은 대학 특성화·다양화를 통해 대학 서열을 타파하고. 투입 위주 평가에서 대학의 생산성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대학의 운영모델을 전환하는데 이번 평가모델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는 시범평가이지만 내년에는 다양한 지표를 개발하고 평가 세부자료의 신뢰성을 높여 본격적인 평가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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