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차세대 플라스틱 ‘폴리케톤’ 세계 첫 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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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고강도… 내화학성 탁월, 車-전자 분야서 금속 대체 기대
“듀폰 나일론 개발 맞먹는 혁신… 전후방산업 10조원 파급효과”

효성이 차세대 엔지니어링플라스틱(가볍고 강한 특성을 살려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플라스틱) ‘폴리케톤’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효성은 미국 듀폰이 1938년 개발한 나일론이 세계 고분자 소재 시장을 주도했던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4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폴리케톤 제조 및 상용화 기술을 확보해 국내외에서 특허 43건을 등록했다”고 밝혔다. 원천 소재 기술을 개발해 독점권을 갖게 된 것이다.

효성은 지난해 3월 울산에 연산(年産) 1000t 규모의 폴리케톤 생산설비를 갖추고 지난달부터 양산하고 있다. 2015년까지 2000억 원을 투자해 생산 능력을 연 5만 t으로 늘릴 계획이다. 2020년까지 총 1조5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8700여 명의 신규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차세대 핵심 신소재

폴리케톤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일산화탄소(CO)에다 올레핀(에틸렌, 프로필렌)을 5 대 5의 비율로 결합한 고분자 신소재다. 기존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소재인 나일론이나 폴리부틸렌테레프탈레이트(PBT)보다 최대 2.3배 강하다. 가솔린이나 염화칼슘 등에 높은 저항성이 있어 내화학성도 기존 소재보다 최대 2.5배 뛰어나다.

이 때문에 폴리케톤은 자동차 및 전기전자 분야 내외장재, 연료계통 부품, 전기전자 제품의 각종 기어, 타이어코드, 산업용 로프 등 고온과 고압을 견디는 소재가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다. 이원 효성기술원 전무는 “유럽 100여 개 기업이 폴리케톤 품질을 평가한 결과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일부는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지난해 60조 원(851만 t)에서 2015년 66조 원(977만 t)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효성은 폴리케톤 기술로 향후 세계시장의 30%를 차지하는 게 목표다. 효성은 폴리케톤 전후방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는 10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 조석래 회장의 10년 뚝심

폴리케톤 개발 및 상용화는 조석래 회장의 10년에 걸친 ‘소재산업에 대한 집념’이 결실을 봤다는 데 의미가 있다.

효성은 외환위기 당시 회사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돼 알짜사업이던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사업을 잇달아 매각했다. 1980년대 합작으로 설립한 효성바스프(독일 바스프와 5 대 5 합작)와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일본 미쓰비시가스화학 등과 5 대 5 합작) 등을 모두 팔았다. 조 회장은 “효성바스프 등을 매각한 뒤 서운한 느낌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조 회장은 2004년 연구진에게 “세상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신소재를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효성 연구진은 글로벌 정유 전문기업이 1970년대부터 사업화에 나섰지만 공정기술 부족으로 번번이 실패한 폴리케톤에 주목했다. 결국 밤낮 없는 연구로 난관을 돌파하며 폴리케톤 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했다.

연구 과정에서 우연한 시도가 돌파구를 제공하기도 했다. 효성기술원 김헌수 팀장과 윤성균 차장은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팀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금속염 성분의 첨가제를 넣는 실험을 몰래 진행해 결국 성분의 안정성을 높였다. 금속염을 함유한 물질은 용융 상태의 폴리케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처음부터 안정제 리스트에서 제외됐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효성#폴리케톤#조석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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