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완공 10주년을 맞은 일본 도쿄(東京)의 ‘롯폰기힐스’는 연간 4000만 명이 찾는 명소다. 글로벌 기업이 대거 입주한 초고층 오피스빌딩을 비롯해 아파트, 호텔, 미술관, 공연장, 쇼핑몰이 한데 어우러진 곳으로 복합단지 개발의 성공사례로 꼽히면서 세계적인 지명도를 얻고 있다.
한국에서도 ‘서울판 롯폰기힐스’의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아 주춤했던 복합단지 개발이 서울을 중심으로 부활하고 있는 것. 서울 송파구와 금천구, 강동구에서 조성 중인 대규모 복합단지의 주거시설들이 11월 중순 일제히 분양에 나서면서 수요자 관심도 높아졌다. 주거, 업무, 상업, 문화시설이 결합된 복합단지가 들어서면 일대 주거지도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서울 복합단지 3곳, 이달 분양
송파구 문정동에서는 강남권 최대 복합단지로 조성 중인 ‘송파 파크하비오’가 15일 본보기집을 열고 아파트 999채와 오피스텔 2283실을 분양시장에 내놓는다. 지하철 8호선 장지역 인근 6만1200m² 터에 건물 연면적 60만3700m²로 개발되는 이 복합단지는 487개 객실을 갖춘 비즈니스호텔과 연면적 7만 m²의 업무·상업시설, 대규모 워터파크, 공연장, 전시장이 함께 들어선다. 김진안 파크하비오 차장은 “주거단지 분양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호텔, 쇼핑몰, 오피스시설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라며 “공사는 단지 전체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금천구 독산동 옛 육군도하부대의 19만1500m² 터에서는 롯데건설이 매머드급 복합단지 ‘롯데캐슬 골드파크’를 조성 중이다. 아파트 3200여 채와 오피스텔 1200여 실을 비롯해 호텔, 연면적 6만1000m² 규모 상업시설, 초등학교, 경찰서, 대형공원이 함께 개발된다. 이달 중순 먼저 아파트 1743채가 분양된다. 손승익 롯데건설 분양소장은 “서울 서남권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 본보기집을 열지도 않았는데 컨테이너에 마련한 홍보관에 주말마다 300명 이상이 찾는다”며 “복합단지 효과로 인근 집값도 뛰었다”고 자랑했다.
강동구 천호동에서는 삼성물산이 아파트 3개 동과 오피스빌딩, 판매시설로 이뤄진 복합단지 ‘래미안 강동팰리스’를 짓고 있다. 아파트 999채는 15일 본보기집을 열고 먼저 선보인다. 오피스빌딩은 연면적 9만4000m²로 대기업이 통째로 들어올 수 있는 ‘프라임급’ 규모로 들어서는 게 특징. 조현직 삼성물산 분양소장은 “서초구 삼성물산 본사보다 규모가 크다”며 “아파트 입주 1년 정도를 앞두고 오피스빌딩 임차인으로 대기업을 유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45층짜리 아파트와 36층, 149m 높이 오피스빌딩은 강동구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된다.
○ 건설사 자체 진행, 중소형 아파트 앞세워
금융위기 이후 복합단지 개발 사업은 ‘애물단지’로 통했다. 대규모 사업들이 부동산 장기침체에 시달리며 토지대금 미납, 출자사 간 갈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난항 등의 문제로 줄줄이 무산된 것. 6년 넘게 표류하다 백지화된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비롯해 서울 은평뉴타운 ‘알파로스’,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에콘힐’, 인천 용유·무의도 ‘에잇시티’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분양을 본격화한 복합단지들은 이들 사업과 달리 시행사와 건설사가 직접 땅을 사들여 토지를 확보한 뒤 독자적으로 사업을 꾸려가는 게 특징이다. 김진안 차장은 “무산된 사업들은 참여하는 출자사가 많아 설계 변경이 잦고 문제 발생 때 의사결정도 늦었다”며 “최근 복합단지들은 건설사가 자체적으로 진행해 사업 추진이 빠르다”고 말했다.
또 과거 복합단지들이 중대형 아파트에 비싼 분양가를 내세워 사업성을 잃은 것과 달리 최근 단지들은 중소형 중심에 합리적인 분양가를 앞세우고 있다. 송파 파크하비오는 아파트 90% 이상이 전용면적 85m² 이하이며 분양가도 주변 시세보다 낮은 5억 원대다. 롯데캐슬 골드파크도 3200여 채 아파트의 97%가 전용 85m² 이하다. 래미안 강동팰리스도 펜트하우스 12채를 뺀 987채가 모두 전용 84m² 이하다. 조현직 소장은 “인근 잠실 전세금 수준으로 분양가를 낮췄더니 내 집 마련을 계획한 실수요자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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