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7등급인 서모 씨(36)는 올 초 인터넷 카페에서 대출을 알선해 준다는 광고를 보고 대출을 의뢰했다. 총 10등급인 신용등급 중 ‘주의’에 해당돼 걱정했지만 카페 운영자는 “재직증명서 등 대출서류를 가짜로 꾸며 은행 대출을 알선해 주겠다”고 말했다. 평소 은행 대출을 받지 못했던 서 씨는 업자의 말에 혹해 500만 원 대출을 부탁했다. 이 업자는 서 씨 이름으로 된 가짜 서류로 대출을 받아 대출금 전부를 가로챈 뒤 잠적했고 서 씨는 대출금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 같은 수법의 일명 ‘작업대출’이 활개를 치면서 금융감독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국은 대출업자는 물론이고 대출을 부탁한 사람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금융감독원은 올 8∼10월 인터넷에 올라온 작업대출 관련 광고를 집중 조사한 결과 사기대출 조장 등 금융질서를 어지럽힌 혐의가 있는 102개 업체의 261개 광고 게시글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들 업자를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인터넷 포털서비스 업체에 불법 카페 및 블로그 등을 폐쇄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감원 조사 결과 작업대출 업자들은 광고를 보고 문의하는 의뢰인들이 보통 신용등급이 낮거나 소득이 적어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힘든 점을 노리고 “서류를 조작해 주겠다”며 접근했다.
무직자에 대해서는 4대 보험 서류나 재직증명서를 위·변조하고 직장인에 대해서는 급여명세서를 조작해 대출한도를 높이는 방식을 썼다. 허위로 전세계약서를 만든 뒤 이를 통해 수천만 원의 고액 대출을 알선하기도 했다.
이들은 조작한 서류로 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은 뒤 대출 의뢰인들에게 다양한 명목으로 수수료를 요구했다. “원래는 대출이 안 되는데 금융권 지인에게 힘들게 부탁했다”며 로비자금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는가 하면 신용등급 조회 수수료, 각종 서류 작업비 등을 이유로 대출금의 30∼80%를 떼 갔다.
대출 의뢰자 중 상당수가 사회적 약자이고 서류 조작을 맡긴 피의자인 점을 노려 아예 대출금 전액을 갈취한 뒤 잠적하는 경우도 있었다.
장홍재 금감원 서민금융사기 대응팀장은 “작업대출 의뢰자는 형사처벌은 물론이고 금융권에 금융질서 문란자로 등재돼 최대 12년간 금융거래를 못할 수 있다”며 “대출 의뢰는 매우 위험한 일이고 광고글을 발견할 경우 금감원 등에 적극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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