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두산인프라코어 디자인센터. 입구에 들어서자 반대 측 벽면에 걸린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문구 아래에는 친필 사인 16개가 있었다. 센터에서 일하는 디자이너 16명이 회사를 대표하는 제품 디자인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담은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제품의 감성 품질을 중요시하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1일 두산기술원 안에 디자인센터를 세웠다. 기업 간 거래가 많은 중장비업체가 별도 디자인센터를 연 것은 이례적이다. 여진협 두산인프라코어 기술본부 디자인팀장(부장)은 “중장비도 자동차처럼 고객 만족을 위한 감성품질이 부각되면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팀원을 30∼4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 디자인 핵심은 운전석
총면적이 1500m²인 디자인센터는 스타일 스튜디오, 색상 연구실, 모델 작업장 등으로 나눠져 있다. 벽면에 어지럽게 붙은 각종 디자인 초안과는 달리 스튜디오 내부는 고요했다. 디자이너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작업에 몰두하도록 자리마다 조명장치가 따로 설치돼 있었다. 벽면과 천장에는 검은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다.
중장비 디자인의 핵심은 운전석이다. 중장비 작업의 대부분이 운전석에 앉아 이뤄지는 데다 지형이 좋지 않은 건설 현장 특성상 운전자가 느끼는 피로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윤대원 두산인프라코어 기술본부 디자인팀 차장은 “조작 버튼의 위치를 바꾸는 등 운전자가 편하게 작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게차 조작 장치인 핑거 팁(Finger tip)의 경우 장시간 작업에 따른 피로를 줄이기 위해 바닥과 평행 상태이던 장치를 10도가량 기울게 했다. 스마트폰 거치대, 컵 홀더 등 자동차 편의장치도 앞으로 내놓을 중장비에 적용할 계획이다.
○ 브랜드 정체성 담는다
외관 디자인의 경우 곡선을 강조하는 쪽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중장비 특유의 강인한 이미지를 살리되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디자인을 선호하는 것이다. 여 팀장은 “과거엔 제품 설계에 따라 디자인이 바뀌었지만 지금은 디자인에 따라 제품 설계가 달라진다”며 “안정적이고 눈에 피로를 덜 주는 곡선 내지 사선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브랜드 정체성을 각인시키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기아자동차 디자인의 핵심인 호랑이 코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처럼 언뜻 보더라도 어떤 회사의 제품인지 알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장비의 뒤쪽에 달려 있는 카운터웨이트(균형추) 디자인을 통일시키는 방향으로 브랜드 이미지 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부터 일부 모델에 적용한 뒤 2015년부터 모든 모델로 확대할 계획이다.
디자인에 대한 높은 관심은 다른 중장비 업체도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영국 디자인 컨설팅회사 ‘탠저린’과 공동 연구해 콘셉트 굴착기(미래 개발 방향을 보여주는 제품) ‘HF’를 선보였다. 평형 유지 능력을 높이기 위해 굴착기에 4개의 크롤러를 단 것이 특징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중장비에 헤드업디스플레이(HUD·앞 유리창에 운행 정보를 비춰주는 장치) 적용을 검토하는 등 고객의 편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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