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종부세 폭탄에 잠못드는 밤
이사갈 집 샀는데 살던 집은 안 팔려… ‘일시적 2주택자’ 전국에 20여만명 추산
《2011
년 대학교수직에서 은퇴한 김모 씨(66)는 요즘 세금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내년 3월 이전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전용 197m²)가 팔리면 양도소득세를 3700만 원(집값에서 9억 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세금)만 내면 되지만 팔리지 않으면 많게는 5억 원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씨가 세금 문제로 골치를 썩게 된 것은 2011년 3월 경기 용인시에 있는 전용 134m²짜리 아파트를 추가로 매입한 이후부터다.》
아파트를 줄여 노후자금을 마련하려던 것이 지금 와서는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기존 압구정동 주택을 파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후 주택경기가 침체되면서 집이 팔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현재 시세인 20억 원보다 몇 억 원씩 할인해 내놔도 집을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김 씨는 “아파트 한 채만 믿고 별다른 노후 대비를 하지 않았는데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종합부동산세(종부세) 550만 원을 어떻게 낼지 걱정”이라며 “터무니없는 헐값에는 집을 팔 수 없고 안 팔자니 세금 부담이 너무 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한숨 쉬었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에 들어있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 연장 조치 없이 해가 바뀌면 양도세 중과 유예조치도 사라질 예정이라 ‘비자발적 1가구 2주택자’들의 속앓이가 깊어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내야 하는 종부세 납부기한이 다음 달 15일로 다가오자 이들은 “세금을 낼 수 있게 집이 팔리게 해 달라”며 국회만 바라보고 있다. ○ 집 넓히려던 직장인도 세금 고민
비자발적 1가구 2주택자의 비애는 집을 넓혀 가려던 평범한 직장인도 피해가지 못했다.
넓은 새 아파트에 살기 위해 2011년 3월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에서 전용 147m² 아파트를 6억 원에 분양받은 정모 씨(48)는 지난해 난생 처음 70만 원이 찍힌 종부세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강남주택 소유주의 일’인줄만 알았던 종부세 문제가 ‘내 일’이 된 것.
세무서에 알아보니 전세를 놓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 아파트와 새로 입주한 아파트를 합한 공시가격이 6억 원이 넘어 종부세 대상이 됐다고 했다. 김 씨는 “올해 재산세 87만 원을 냈는데 다음 달에 종부세로 70여만 원을 또 내야 한다”며 “집을 갈아타려다 기존 집이 안 팔려 발이 묶인 것뿐인데 주택 투기자로 취급받으니 금전적, 심리적 고통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종부세는 개인이 소유한 주택공시가격이 6억 원을 넘으면 무조건 과세 대상이 되므로 정 씨 같은 ‘일시적 2주택자’들은 대부분 대상자다.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20여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주택과 토지 소유자를 합해 27만 명에게 1조2796억 원의 종부세를 부과한 바 있다.
○ “급한 대로 배우자 증여 활용해야”
새 집을 사 일시적 2주택자가 된 지 3년이 다 돼 세금 유예기간이 끝나가지만 집이 팔리지 않는 사람들에게 차선책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급한 대로 배우자 증여를 할 경우 세금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세무법인 다솔 손문옥 세무사는 “팔려고 해도 집이 안 팔리는 사람들은 배우자에게 6억 원까지 비과세로 증여할 수 있는 점을 활용해 기존 주택을 배우자에게 증여했다가 다시 매도에 나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만큼 주택매매 활성화를 위해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국회에 계류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법안부터 빨리 통과시키고 종부세를 재산세로 통합하는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직접 임대주택을 짓는 것보다 기존에 나와 있는 임대주택을 사들여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특히 내집빈곤층(하우스푸어)의 주택을 적극 사들여 매매를 활성화하고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것.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공기관이 수십만 채의 경매주택을 매입해 임대로 돌리면서 시장매물이 소화돼 주택경기가 살아났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
다주택자가 주택을 팔 때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2주택자는 50%, 3주택자 이상은 60%의 세율로 중과세하는 제도. 2004년 도입된 뒤 주택시장 침체로 2009년부터 올해 말까지 시행 유예.
:: 양도세 일반 세율 ::
세금을 매기는 기준인 과세표준(과표)에 과표 구간별로 6∼38%를 곱해 양도세 산출. 과표 1200만 원까지는 6%, 1200만∼4600만 원 15%, 4600만∼8800만 원 24%, 8800만∼3억 원 35%, 3억 원 초과 38%를 적용.
:: 1가구 1주택자 비과세 요건 ::
주택을 취득한 후 2년 이상 보유하고 집을 처분하는 경우 양도소득세 전액 면제. 추가로 집을 사 일시적 2주택자가 된 경우 추가 주택 매입시점부터 3년 안에 기존 집을 팔면 1가구 1주택자로 인정. 1주택자라도 집값에서 9억 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내야 함.
[바로잡습니다]
“아파트야 어쩌란 말이냐” 기사의 ‘1가구 1주택자 비과세 요건’에 대한 용어 설명에서 1가구 1주택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3년 안에 종전 집을 팔아야 하는 것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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