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재래식 화장실과 비가 새는 슬레이트 지붕, 나무로 불을 지펴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부엌….”
농어촌 지역에는 아직도 열악한 상태의 집이 많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농어촌 주택 네 곳 중 한 곳은 주택법이 정한 최저 주거기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난방은 언감생심이고 깨진 유리창도 고칠 엄두를 못내는 홀몸노인 가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은 도시의 저소득층 주거환경에 치우쳐 있는 상황. 농어촌 지역의 주거 환경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정부의 농촌주거복지정책은 주택 신축·수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낮은 금리로 융자를 해주고 있지만 융자금 상환능력조차 없는 가구에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농어촌공사는 이런 현실에 착안해 농어촌 지역의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해주는 ‘희망 가(家)꾸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를 위해 2007년 비영리재단인 ‘다솜둥지복지재단’을 출범시켰다. 농어촌공사는 재단을 통해 농어촌 지역의 무의탁 홀몸노인과 장애인, 결혼이민자 가정, 결손가정 등을 집중 지원하며, 가구당 300만∼500만 원어치의 건축 자재를 구입해 부엌이나 화장실, 지붕 등을 고쳐준다. 또 난방은 물론이고 도배, 창문 보수, 전기시설 교체 등을 해준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농어촌 지역의 집 1000채를 고쳐줬다.
또 농어촌공사는 발암물질인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하는 지붕 개량 사업도 함께 벌이고 있다. 농어촌의 노후 주택 중 상당수는 1970년대 초가집을 개량한 슬레이트 지붕을 가지고 있다. 슬레이트에는 발암물질인 석면이 포함되어 농어촌 주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환경부 예산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조성하는 재원으로 추진하며 재단은 자원봉사들을 모아 사업을 벌인다.
이와 함께 농어촌공사는 농어촌 지역의 낡은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등을 수리해 공동생활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 3∼5가구가 함께 입주하는 거주공간인 ‘농어촌마을 공동생활 홈(home)’을 만들어 농어촌의 취약계층이 공동체를 이뤄 현대화된 시설에서 거주하게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이 취약계층 가구를 방문해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인원이 적어 농어촌의 취약계층을 모두 보살피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도 착안했다.
농어촌공사 측은 “농어촌마을 공동생활 홈은 농어촌 인구의 고령화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농어촌의 주거복지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어촌공사의 희망 가꾸기 사업에는 공사 임직원뿐 아니라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게 특징이다. 처음에는 농어촌공사 임직원 위주로 사업을 벌였지만 한국농촌건축학회 소속 교수와 전국의 건축 전공 대학생, 민간 건설회사의 임직원들도 가세했다.
또 최근에는 해당 지역에서 집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자활공동체나 사회적 기업, 서해어업관리단 등도 참여했다.
다솜둥지복지재단 후원도 마찬가지다. 농어촌공사와 농식품부, 농협, 기업 등이 단체 후원을 하고, 농어촌공사 임직원과 농식품부 공무원, 일반인도 개인 후원을 한다. 농어촌공사 직원의 약 90%인 4600여 명이 매월 자동이체로 연간 2억4000만 원의 후원금을 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다솜둥지복지재단은 2007년에는 농어촌공사가 출연한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출범했지만 올해에는 자본금이 7억 원 안팎으로 커졌다. 또 사업 규모 역시 지난해 22억 원에서 올해 25억 원으로 증가하는 등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농어촌 집 고쳐주기 운동은 지역 사회와 연계해 민관이 합동으로 참여한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며 “사회적 지원이 절실한 농어민들에게 자활의 동기를 부여해 행복한 농어촌 마을을 꾸미는 첫걸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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