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계열사 매각해 3조 마련…차입금 줄일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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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대 자구책 낸지 한달도 안돼 추가 조치 발표

‘위기론’이 계속되자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16년 동안 키워온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포기하기로 했다.

동부그룹은 17일 비메모리 반도체회사 동부하이텍 매각을 포함한 3조 원 규모의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내놓았다.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동부익스프레스, 당진발전소(동부발전당진), 동부제철 인천공장, 당진항만 등을 매각하고 김 회장도 사재 1000억 원을 내 동부제철의 약 2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동부는 향후 불경기가 3, 4년 지속된다는 전제 아래 금융, 철강, 전자, 농업 바이오 등 4대 주력 분야를 중점적으로 키우기로 했다. 김 회장은 “주요 회사들의 투자가 모두 끝났으므로 지금부터는 모든 역량을 차입금을 줄이고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자구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비메모리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을 주로 해온 동부하이텍의 매각이다. 1997년 동부하이텍의 전신인 동부전자를 설립할 때부터 시장에선 무리라는 시각이 있었지만 김 회장은 “실패해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밀어붙였다. 이후 2002년 아남반도체를 인수하는 등 지금까지 2조 원 이상을 반도체에 투자했다. 위기를 맞은 2009년엔 사재 3500억 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 끝에 올해 상반기(1∼6월) 5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정상 궤도에 올랐지만 결국 매각하게 됐다.

그룹 관계자는 “채권은행이 대규모 투자를 동반하는 반도체 사업을 아예 포기할 것을 요구했다”며 “그룹 전체가 넘어갈 수 있다는 경고에 반도체 사업의 꿈을 접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부그룹과 채권단은 우선 동부메탈 지분 70.8%(동부하이텍 31.3%, 김 회장 39.5%)를 매각하기로 했다. 동부하이텍은 동부메탈 지분 매각자금으로 차입금을 줄인 뒤 매각 절차에 들어간다.

동부제철은 인천공장, 당진항만 매각과 유상증자, 계열사 지분 처분, 자회사인 동부특수강 기업공개(IPO)를 통해 현재 2조3500억 원인 차입금을 내년까지 1조 원 이하로 줄일 예정이다. 동부건설은 동부발전당진 지분 등 각종 자산을 매각한다. 이미 서울 용산구 동자동 오피스빌딩을 매각했다. 물류와 여객사업 등을 해온 동부익스프레스도 지분 처분이 막바지 단계다.

그동안 동부그룹은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생긴 6조3000억 원 규모의 차입금 때문에 위기론에 시달려왔다. 동부그룹 측은 “이번 조치를 통해 차입금을 2조9000억 원대로 줄이고 부채비율을 270%에서 170% 수준으로 낮추며 0.14배인 이자보상배율도 1.6배로 높일 계획”이라며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2015년까지 졸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동부그룹이 자구계획을 내놓은 것은 올해와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총 4360억 원어치 회사채에 대한 차환 지원을 결정하는 19일 심사위원회에 대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동부는 지난달 말 1조500억 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내놓았지만 채권은행은 추가 조치를 요구해왔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동부하이텍을 포기하는 등 회사에서 상당히 고민해서 만든 최선의 안”이라며 “큰 틀에서 선제적 구조조정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채권단의 의견이 대부분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김용석 nex@donga.com·신수정 기자
#동부#동부그룹#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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