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의 3분기(7∼9월)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었다. 당기순이익 4629억 원을 기록하며 2분기보다 183% 많은 이익을 남긴 것. 덕분에 최근 1년간 종가 기준 4만 원을 단 한 번도 넘지 못했던 KB금융의 주가는 지난달 18일 4만3950원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내년 경기 회복세와 함께 금융주의 상승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로 ‘고난의 행군’을 이어갔던 금융주들의 실적도 개선될 여지가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 안정적 관리로 깜짝 실적
KB금융의 3분기 결산 내용을 살펴보면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순이자마진’은 2분기보다도 4.4% 감소했다. 그런데도 순이익이 증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판매·관리 비용이 2분기 대비 5.7% 줄어든 영향이 크다. 이고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인 비용 관리 능력이 KB금융의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내년에도 좋은 실적을 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분기에만 ‘이벤트’ 성격으로 발생한 수익도 적지 않았다. KB금융은 3분기에 현대상선 주식 463억 원어치를 포함한 총 600억 원어치 유가증권을 매각했다. 원화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SPP조선, 삼진조선 등과 맺었던 선물환 계약에서 차익금 610억 원이 들어온 것도 실적을 끌어올리는 원인이 됐다. 유상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의 2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가 일회성 비용만 3000억 원 가까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위험성이 해소되고 오히려 일회성 이익이 발생하면서 실적 개선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오는 증권사를 인수할 만한 자금력이 경쟁사보다 강하다는 점도 KB금융의 강점으로 꼽힌다. 비은행 금융사를 인수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동시에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금융업계에서 ‘M&A 이슈 메이커’로서 주가 프리미엄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ING생명 인수를 추진하던 당시 이사회가 보수적으로 대응했던 점을 떠올려 보면 다른 M&A 이슈도 주주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줄어든 순이자마진 “우려스러워”
순이자마진이 2분기보다 줄어든 것에 대해서는 실망스럽다는 시각이 있다. 3분기 KB금융의 대출 규모가 1.3%(원화 대출 기준) 늘었는데도 마진은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최진석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이 대출 성장률을 회복하기 위해 마진율을 낮추면서 저금리 대출 규모를 늘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동안 순이자마진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정책금리를 인하할 경우 은행의 이자율도 함께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KB금융의 실적은 순이자마진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대출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예금 금리 조정, 고금리 부채 상환 등 비용 축소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