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별 예상수치와 최대 20% 차이… 디스플레이-유화-통신 등 격차 커
전경련 “美-中-러는 감축 소극적”
“솔직히 정부가 정한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맞추려면 생산량을 줄이는 수밖에 달리 취할 조치가 없습니다.”(제조업체 A사 관계자)
지난달 정부가 각 기업에 내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통보하면서 산업계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정부는 경제성장률과 업종별 기준연도 배출량(2009∼2011년 평균)을 고려해 합리적인 목표를 세웠다고 설명했지만 각 기업이 예상한 배출량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2015년 1월부터는 목표 배출량을 초과한 만큼 ‘배출권’을 사야 하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가 시행될 예정이어서 공장 증설이나 생산량 확대에도 비상이 걸렸다.
○ 공장을 세워야 감축 목표 달성
18일 산업계에 따르면 기업별로 정부에 제출한 내년 온실가스 예상 배출량과 최근 통보받은 배출량 목표가 많게는 20%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디스플레이, 통신, 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에서 기업 예상과 정부 목표 사이의 간극이 컸다.
환경부는 지난달 23일 560개 온실가스 및 에너지 목표 관리업체들의 내년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5억8900만 t(이산화탄소 환산 수치)으로 확정했다.
기업들은 그러나 “정부의 예상 배출량 자체가 너무 낮게 책정돼 있어 실제 기업들이 체감하는 감축량은 훨씬 더 크다”고 주장한다.
디스플레이 및 통신업체들의 충격이 특히 크다. 디스플레이(5개사)와 통신(7개사) 부문의 정부 감축률 목표치(예상 배출량 대비 감축량)는 각각 6.1%와 7.8%였다.
A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파악해 보니 최대 20%까지 줄여야 하는 곳도 있었다”며 “실현 가능한 목표라야 기업들도 따를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석유화학 회사인 B사도 당초 정부에 보고한 예상 배출량보다 10% 가까이 낮은 할당량을 받아들고 망연자실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이렇게 목표량을 낮춰버리면 기업으로서는 일정기간 공장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유회사 C사 관계자는 “올해는 정기점검(셧다운)을 위해 1, 2개월 공장을 세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대략 맞췄지만 공장을 풀가동해야 하는 내년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 1년 뒤 더 ‘센 놈’이 와
정부는 21일까지 기업별로 ‘이의 신청’을 받아 목표치를 재조정 중이다. 그러나 한 그룹 관계자는 “일부 계열사 중 내년 목표치 협의가 끝난 곳이 있는데 결국은 지난달 정부가 통보한 수치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시행 중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관리제’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금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만 내면 되지만 2015년 1월부터는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와 연계한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가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기업마다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정한 후 이를 초과하면 그만큼 배출권을 사고, 허용량보다 덜 배출하면 줄인 만큼 배출권을 팔 수 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면 그만큼 자금 부담이 커진다는 얘기다.
산업계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정부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2020년까지 기존 배출량 대비 30%를 감축하겠다는 정부 목표는 너무 가혹하다는 고충을 털어놓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관계자는 “사실 유럽을 제외하고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대표적인 탄소 배출 국가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기본적인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면서까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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