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한국 기업을 알리겠다면서 제품만 전시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문화와 예술, 사회공헌활동(CSR)을 접목한 ‘소프트 터치’가 필요한 때입니다.”
오영호 KOTRA 사장은 15일 서울 서초구 염곡동 본사 집무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내년에는 한국의 문화, 예술을 가미한 전시회와 박람회를 더욱 늘릴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KOTRA의 주요 업무는 국내 제조업체 및 서비스업체의 해외 진출 지원이다. 그런 KOTRA의 사장이 문화, 예술, CSR를 강조하는 이유는 한국 기업과 제품을 알리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오 사장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눈이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올해 한 해의 약 4분의 1을 해외에서 보내며 각종 박람회, 전시회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한국에 매우 높은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이나 쿠바, 미얀마 같은 개발도상국은 한국을 ‘희망 아이콘’으로 여깁니다. 한국이 전쟁의 상처를 딛고 선진국으로 도약한 ‘롤 모델’이라는 것이지요.”
KOTRA는 올해 개도국에서 박람회, 전시회를 열면서 이 같은 현지인들의 인식을 행사 프로그램에 대폭 반영했다. 베트남에서는 현지인을 위한 국내 기업 취업박람회를 열고 터키에서도 6·25 참전용사 후손들이 한국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았다. 쿠바에서는 한류 연예인 사인회 등을 열기도 했다.
오 사장은 “단순히 우리 제품만 많이 팔려고 하면 머지않아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나라라는 신뢰를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발도상국 원조활동을 벌이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각국 정상 및 정부 관계자와 국가 대 국가 차원의 외교활동을 벌이는 한국 정부 사이의 빈 공간을 메우는 것이 바로 KOTRA의 역할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최근 펴낸 책 ‘신뢰경제의 귀환’에도 담겨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이 급격한 산업화를 이뤘지만 그만큼 불신의 때도 깊게 쌓여 있다”며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국제사회로 넓혀 나가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역설했다.
반면 선진국은 프리미엄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오 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한국 제품은 품질이 우수한데도 일부 선진국에는 아직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상존하고 있다”며 “이를 뛰어넘는 ‘코리아 프리미엄’을 보여줄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영국 순방 당시 런던에서 연 한류 박람회를 예로 들었다. 수산시장을 개조한 건물에서 열린 한류 박람회에서 KOTRA는 가수 싸이를 등장시킨 홀로그램 체험관을 마련하고 한국 고유 문양을 넣은 가구, 각종 캐릭터 상품 등을 전면에 배치했다. 오 사장은 “당시 BBC가 ‘한국이 창조경제의 본산인 영국에서 창조경제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오 사장은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KOTRA 본연의 역할에도 충실할 계획이다. 그는 “자금, 기술, 인력, 판로의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기업과 거래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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