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이 생각하는 미래 전략의 핵심은 ‘기술’과 ‘고객’이었습니다. IBM이 빅데이터 분석 기술 확보에 매진하는 이유도 이런 이슈와 맞닿아 있습니다.”
IBM이 1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계 4000여 명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진을 상대로 조사한 ‘최고경영진 인식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IBM 기업가치연구소는 2004년부터 2년 주기로 이 조사를 벌이는데 올해에는 20개 산업에서 70여 개국 임원 4183명이 참여했다. 한국에서도 18개 업종의 최고경영진 105명이 인터뷰했다.
이날 보고서를 발표한 셜리 위 추이 한국IBM 사장은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점으로 기술 이슈의 부상을 꼽았다. 그는 “2004년만 해도 기업의 미래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기술은 6번째 정도였고 시장이나 인적 요인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는데 지난해부터 기술이 1위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데이비드 매퀴니 미국 IBM연구소 글로벌 전략 담당 부사장은 “그중에서도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 선도를 위해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대는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고, 이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얻어내는 정보 자원의 시대”라며 “IBM은 기업들이 고객들의 정리되지 않은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하고 데이터 속의 함의를 찾을 수 있도록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복잡한 질문에 대해서도 스스로 생각해 답할 수 있는 ‘인지(cognitive) 컴퓨팅’ 기술을 빅데이터와 접목하면 의료 분야에서 환자의 의료기록 속에 숨은 미래 질병의 가능성을 찾아내고 이와 관련된 의학 자료를 의사나 환자에게 추천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고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추이 사장은 “많은 최고경영진이 이사회보다 고객의 영향력을 더 크게 평가했다”며 “사업전략 구상에 고객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응답도 이전 조사보다 40% 늘었다”고 설명했다.
IBM은 고객 의견을 전격 수용해 좋은 성과를 낸 기업의 사례로 레고를 들었다. 레고는 ‘쿠수’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누구든지 미래의 레고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하고 실제 이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면 관련 매출의 1%를 아이디어 제안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BMW, 보잉, 아우디 등도 충성 고객을 기업 내 가상 혁신 연구소에 접근할 수 있게 해 차기 제품에 관한 의견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이 사장은 “한국 기업들은 기술을 도입하는 데에는 글로벌 기업 평균보다 빠르고 적극적이지만 고객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개인으로 보기보다는 마케팅의 대상인 집단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나 대응이 다소 부족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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