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그룹이 LIG건설 기업어음(CP) 피해자에게 보상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최대 계열사인 LIG손해보험을 매각하기로 했다. 19일 LIG그룹에 따르면 구자원 LIG그룹 회장(사진)과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등 구 회장 일가는 보유 중인 LIG손해보험 주식 1200여만 주를 매각하고 경영권도 넘기기로 했다. 구 회장 일가가 보유한 주식은 LIG손보 전체 주식의 20.96%다.
이번 결정은 LIG건설 CP 피해자에 대한 보상액 1300억 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구 회장 등 LIG그룹 총수일가는 계열사인 LIG건설의 분식회계 및 기업회생 신청계획을 숨기고 2000억 원대의 CP를 발행해 가로챈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구 회장은 올해 9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구 회장 일가는 50년 넘게 경영해 온 LIG손보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됐다. 또 범LG가에 속한 금융계열사는 한 곳도 남지 않게 됐다.
CP 투자자는 약 700명이며 피해액은 2100억 원 정도다. LIG그룹은 올해 초부터 총수 일가의 사재 출연 등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피해액 2100억 원 중 730억 원을 보상했다.
LIG손보 주식을 매각하면 나머지 피해액 1300억 원을 마련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종가 기준 LIG손보의 주당 가격은 3만450원이다. 구 회장 일가의 주식을 모두 팔면 약 3800억 원을 마련할 수 있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붙으면 매각 대금은 4000억 원 이상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LIG손보 주가는 19일 매각 소식이 전해진 뒤 전날보다 3600원 올랐다.
LIG손보는 인수보험료를 기준으로 업계에서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에 이어 4위다. 이들 빅4가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LIG손보를 인수하면 손보업계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현재 4대 금융지주사(KB, 우리, 신한, 하나) 중 손해보험사가 있는 곳은 하나도 없다. 은행에 대한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KB금융 등이 수익원을 다변화하기 위해 LIG손보 인수를 노려볼 수 있다. 기존 중소형 손보사가 인수한다면 단숨에 업계 2위를 넘보는 것도 가능하다. 기존 손보사 중에서는 모기업의 자금력이 있는 한화손해보험과 NH농협손해보험 등이 인수 후보로 꼽힌다.
LIG손보를 가져가는 회사는 LIG손보가 최대 주주(지분 82.35%)인 LIG투자증권과 100% 지분을 보유한 LIG자동차손해사정도 보유하게 된다.
LIG그룹이 사기성 CP 판매에 대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핵심 계열사를 파는 결정을 내린 것이 동양그룹에 선례가 될지도 관심거리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19일 “LIG그룹의 결정을 보고 동양그룹도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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