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증시가 열리자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GS건설의 해외사업장에서 대규모 부실이 추가로 나올 것이고, 내년에 부도설도 나오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단 한 줄짜리 루머였지만 ‘부도설’을 담은 탓에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엄청났다. 루머가 확산되면서 3만1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GS건설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GS건설은 ‘시장 루머에 대한 당사의 입장’이란 제목의 해명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 GS건설은 “올 9월 말 기준으로 1조8000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올해 추가로 외부에서 돈을 빌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재무상황이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해외플랜트 사업장도 현재 손실이 발생하고는 있지만 올 1분기(1∼3월) 대규모 영업손실을 낸 후 손실 규모가 점차 줄고 있어 대규모 손실을 추가로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덧붙였다.
하지만 소문의 힘은 막강했다. GS건설 주가는 전날보다 8.06% 내린 2만8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21일에는 상황이 바뀌어 주가는 하루 종일 강세를 유지하다 전날보다 1.75% 오른 2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동양그룹이 해체된 후 재계와 증권가에는 “다음 타자는 A그룹이다, B그룹이다”라는 식의 근거 없는 소문이 계속 흘러나와 해당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악성 루머가 시장에 혼란을 준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인 2008년 11월 근거 없는 부도설로 주가가 폭락한 한 대형 건설사는 “부도설 유포자를 처벌해 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병에 걸릴 수 있듯 튼튼한 기업도 실적이 일시 부진할 수 있다. 환자가 약을 먹고 쉬면 건강을 회복하는 것처럼 기업도 경영효율화에 나서면 다시 성장할 수 있다. 그런데 악성 루머는 해당 기업의 자생력을 뺏고 회복불능 상태로 몰아넣을 정도로 치명상을 줄 수도 있다. 한 기업의 임원은 “요즘 어렵지 않은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 그렇다고 ‘죽는다’는 소문이 나면 살아날 기업이 진짜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악성 루머는 폐해가 심각한 만큼 시장에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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