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부진-대규모 환차손 충격
영업이익률 개선 SK-LG 두곳뿐… 기업 실적악화에 고용-세수 비상
세계 조선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은 고부가가치 선박인 시추선을 2011년 11척 수주했지만 지난해는 단 2척밖에 수주하지 못했고, 올해 들어서는 수주 실적이 제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시추선 발주 물량이 급감한 데다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초대형 선박의 가격이 하락해 올해 기업 실적이 악화됐다”며 “특히 2011년과 2012년에 수주한 물량은 올해 실적에 반영되지만 올해 수주한 물량은 내년 이후 반영돼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3분기(7∼9월)까지 매출액이 17조64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줄었고 영업이익(6300억 원)은 무려 47.4%나 급감했다.
올 들어 국내 주요 그룹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포스코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은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21일 금융감독원과 재벌닷컴에 따르면 10대그룹 83개 상장사의 올 들어 9월까지 영업이익은 36조35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감소했다. 매출액(526조8000억 원)은 1.9% 늘었다. 이에 따라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평균 7.4%에서 올해 6.9%로 줄었다. 10대그룹 가운데 지난해보다 영업이익률이 개선된 곳은 SK와 LG그룹밖에 없었다.
포스코는 올해 매출액(22조8400억 원)이 지난해보다 17.2% 줄었고, 영업이익(1조7300억 원)은 28.3%나 급감했다. 원자재 가격은 평균 7% 하락한 데 비해 철강 제품 가격이 10%나 내렸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올해 매출이 10% 늘었고 영업이익은 2.2%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1.6%에서 올해는 10.8%로 감소했다.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세계 경기 부진으로 가격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여기다 원화 강세로 대규모 환차손이 발생하면서 실적부진이 심화됐다. 이성룡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대기업은 환위험 회피(환헤지)를 통해 환율 변동에 어느 정도 대응하는데도 불구하고 환차손이 크게 발생했다”며 “환율변동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중소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더 극심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46만 개 국내 기업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0년 5.3%에서 2011년 4.5%, 지난해에는 4.1%로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는 고용 둔화, 세수 감소 등으로 이어진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낼 수 없는 한계기업이 늘어나면 기업파산이 늘고 직원들도 일자리를 잃게 돼 가계가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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