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22일 15년 이상 근무한 고참 직원을 대상으로 ‘전직(轉職)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퇴직을 희망하는 직원들을 미리 선발해 전직에 필요한 교육을 하고 퇴직 후 일감까지 마련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그룹 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공모형 전직 지원 제도’”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업계 1위 삼성생명의 이런 움직임을 상시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틀을 짜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보험은 물론이고 은행, 증권, 카드 등 실적이 악화된 금융업계 전반에 ‘감원 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이 도입한 전직 지원 제도는 직원들이 퇴직 이후 회사 전속 대리점을 운영하거나 보험설계사 대상 전문 강사로 일하게 돕는 지원 프로그램이다. 퇴직금 외에 1년 치 연봉에 해당하는 전직 지원금도 준다. 대상은 근속 15년 차 이상 직원. 이들 중 70명을 뽑아 전속 보험대리점 창업(30명), 전문 강사(20명), 텔레마케팅 컨설턴트(20명)로 일하게 해준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현재 부장 인원이 250명 정도”라며 “70명에게 전직 지원을 한다는 건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다른 보험사도 인사 적체가 늘면서 구조조정 압력을 받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이달 초 10년 이상 근속 직원 70여 명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하나생명도 9월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전체 직원의 25% 정도를 퇴직시켰다.
금융권의 다른 업종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외국계 은행들이 잇따라 직원 수를 줄이고 있다. 한국에서 개인금융 업무를 철수하기로 한 HSBC은행은 개인금융 부문 직원 230여 명 중 90% 이상이 명예퇴직을 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최근 350여 개의 지점 중 100곳가량을 줄이기로 해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도 최근 노조에 희망퇴직을 실시하기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금융 당국이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는 증권업계도 칼바람이 매섭다. 이달 초 한화투자증권은 전체 임직원 1600여 명 가운데 최대 450여 명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KTB투자증권도 지난달 희망퇴직 형식으로 전체 임직원의 20%에 해당하는 100여 명을 줄이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함준호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금융산업의 성장성이 크게 낮아진 상황”이라며 “금융회사들이 당장 자산을 늘리거나 획기적인 상품을 내놓기도 힘들어 감원을 해 비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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