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속 제제가 겪은 고통의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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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 미제라블에는 사랑 이전에 생존의 문제가 바탕에 깔려 있다. ‘빵’이 대변하는 생계의 문제이다. 빵의 의미는 사랑만큼이나 중요하다. ―명작의 경제(조원경·책밭·2013년) 》

경제연구소나 증권사들이 발표하는 보고서를 볼 때마다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자료를 바탕으로 한 기사는 아무리 쉽게 쓰려고 노력해도 지인들로부터 “경제 기사는 어렵다”는 말을 듣게 된다. 경제 부처에서 근무하다 현재는 미국 미주개발은행으로 파견 간 저자는 이처럼 어려운 경제를 잘 알려진 문학 작품과 접목해 쉽게 써 볼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주로 분배와 평등, 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속 제제가 겪은 극심한 가난은 신흥국의 경제 성장과 국제 경쟁을 만든 선진국 위주의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 있다고 주장하거나 ‘상록수’를 통해서는 국가 간의 원조가 정치적 노림수를 배제하고 수혜국의 경제기초체력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식이다.

‘양적 완화 축소’나 ‘미 연방정부 업무정지(셧다운)’가 언급될 정도로 최근에 발간된 책인 만큼 내용들은 최근의 국내외 경제 상황과 여러 면에서 겹친다. 국제 경제의 쏠림 현상은 아직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으로 취임하지도 않은 재닛 옐런 지명자의 한마디에 신흥국 증시가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것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다만 저자가 책을 통해 주장하는 방식이 조금은 투박했다는 생각이 든다. “약육강식의 원리가 만연하고 소통이 부재한 세계 경제에도 이러한 (사랑과 배려의) 원리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라는 직설적 주장이 책 속에 적지 않게 나타난다. 또 하나. 저자가 책을 쓴 의도가 독자들에게 경제를 쉽게 풀어주기 위해서였다면 지나친 복지와 분배가 가지는 역기능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지면은 내어주는 것이 어땠을까 싶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책 속의 이한줄#레미제라블#명작의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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