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충남 아산시 탕정면 IS동서 위생도기 공장 내 건조실. 서늘한 바깥 날씨와는 달리 건조실 내부는 30도의 따뜻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었다. 건조실 내부에는 성형 작업을 거쳐 제품 형태를 갖춘 양변기, 소변기들이 진열돼 있었다. 총 길이 108m, 최고 온도 1230도가 넘는 터널식 가마에서 14시간 동안 굽는 과정에서 제품이 깨지지 않도록 미리 수분을 없애는 것이다.
IS동서는 양변기, 소변기, 세면대 등 세라믹 위생도기를 생산하는 업체다. 이곳에서 만드는 위생도기는 △원료 분쇄 △성형 △유약 바르기 △굽기 △검사 공정을 거친다. 원료 상태에서 제품으로 탈바꿈하기까지 길게는 보름이 걸린다.
○ 물 사용량과 소음을 줄이는 게 관건
지난해 국내 위생도기 시장은 3500억 원 규모였다. 업계에서는 건설 불황이 길어지면서 올해 시장 규모가 작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IS동서 외에도 대림비앤코, 계림요업 등이 대표적인 위생도기 업체로 꼽힌다.
건설업계가 위축돼 있지만 위생도기업계는 연구개발(R&D)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봉석 IS동서 위생도기개발팀 부장은 “호황 때 건설업체 요청으로 신제품을 자주 출시했던 것이 관행처럼 굳어지면서 지금도 제품 개발이 업계 경쟁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IS동서 역시 월별 1개꼴로 신제품을 내놓을 정도로 제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연구개발 분야에서 대표적인 과제는 제품의 물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환경부가 지난해 양변기 1회 사용 수량을 6L로 제한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정창영 IS동서 위생도기 공장장은 “과거 18L 수준이던 1회 사용 수량이 현재 최소 4.8L대까지 줄었다”며 “제품의 수로 각도를 조정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물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층간소음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제품 사용 때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는 것도 주요 과제다. 탱크 높이를 낮춘 로탱크(low tank) 양변기, 수로를 바닥이 아닌 벽면으로 연결하는 벽걸이 양변기 등이 대표적인 연구개발 사례로 꼽힌다. ○ 고객 생활 패턴까지 고려해야
양변기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정지철 제품디자인팀장은 “한때 버튼식 물 내림 장치가 유행하다가 여성들이 버튼에 손톱이 꼈다는 불만이 늘면서 버튼식 생산이 줄었다”며 “일상생활에서 쓰는 제품인 만큼 고객의 생활 패턴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때론 고객의 식습관을 감안해야 할 때도 있다. 국내 업체들은 채소 섭취가 많아 대변에 부유물이 많은 동양인의 특성을 감안해 유럽 등에서 쓰는 워시 다운(wash down) 방식 대신 사이펀(siphon)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물을 탱크에서 세척면으로 흘려보내는 워시 다운 방식과 달리 사이펀 방식은 대기 압력을 이용해 세척면에 있는 물을 한 번에 빨아내 부유물을 없애는 데 효과적이다.
디자인을 통한 제품 차별화도 과제의 하나다.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형 양변기의 경우 디자인에 따라 제품 경쟁력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정 팀장은 “수로 등 양변기 내부 시설을 감추면서 아름다운 느낌을 주는 곡선을 강조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