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하경제 규모가 300조 원이 넘어 제도권 경제의 4분의 1 수준에 이른다는 추산이 나왔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6일 ‘증세보다 지하경제 과세 강화가 먼저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일각에서 세수 부족을 메우자며 증세를 주장하지만 이에 앞서 지하경제의 양성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약 314조3000억 원으로, 제도권 경제의 규모를 나타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4.7%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하경제 비중은 멕시코(30.0%)나 그리스(25.1%) 등과 비슷한 수준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8.3%보다 높은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자영업의 지하경제 규모가 지난해 138조2000억 원에 달한다고 분석한 뒤 2005∼2012년 세무조사 결과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율이 57%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고소득 자영업자들은 100만 원 수입 중 57만 원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뜻이다.
조 연구위원은 국제통화기금(IMF) 추산을 인용해 한국 정부가 거대한 지하경제 때문에 지난해 거둘 수 있는 최대 세금의 48%만을 징수하는 데 그쳤다고 주장했다. 금액으로는 약 280조 원의 세금을 못 거둔 셈이다.
해외 각국은 자영업 분야를 중심으로 지하경제 과세를 강화하고 있다. 스페인은 자영업자의 현금거래 한도를 2500유로(약 360만 원) 이하로 제한했고, 영국은 주요 탈세자에 대해 5년간 지속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5만 원권의 회수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데다 신용카드, 체크카드, 현금영수증을 제외한 추적 불가능한 소비지출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이는 지하경제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세수 확충을 위한 증세 논란에 대해 “지하경제에서 세원을 찾아내지 않고 이미 파악된 세원에 세 부담을 늘리면 사회 전체의 불만이 고조될 수 있다”며 “자영업 분야에 초점을 둔 지하경제 양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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