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투기자본에 경영권 휘둘릴 위험” 기업-경제단체 한목소리로 철회 호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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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안 수정 검토 왜?

재계는 상법 개정안에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 대거 담겨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백지화를 요구해왔다. 특히 법무부가 8월 입법예고한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감사위원 별도 선임 △집행임원 분리 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전자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독소 조항으로 꼽았다.

감사위원 별도 선임과 관련해 법무부는 7월 공청회 당시 기업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현행법에서 감사를 선임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과 같은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는 이사회의 일원으로 업무 범위가 일반 감사보다 훨씬 넓은 감사위원을 별도 선임하면서 최대주주 측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은 기업의 경영권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계열사 지분을 지주회사로 단일화한 그룹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도 문제다.

집행임원 분리 선임은 상장 회사에 이사회와 별도로 회사 업무 집행을 전담하는 임원을 두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자산규모 2조 원 이상인 기업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할 수 없다. 예컨대 삼성전자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동시에 맡고 있는 권오현 부회장은 어느 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집행임원 분리 선임도 기업 경영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침해하는 조치라는 지적을 받았다.

재계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대해서도 외국 투기자본에 휘둘릴 수 있는 조치라고 비판해왔다. 이사 여러 명을 선임할 때 주주들이 한 명에게 집중 투표할 수 있어 회사 이익에 반하는 이사가 선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06년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우며 소수 주주들의 지지를 업고 집중투표제를 통해 사외이사 1명을 KT&G 이사회에 진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 아이칸은 10개월 만에 보유 주식을 모두 팔아 1500억 원의 이익을 챙겨 도마에 올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19개 경제단체는 8월 22일 공동으로 “상법은 경제계의 헌법인데 개정안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상법 개정안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일부 대기업에 국한된 문제였다면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규모나 업종을 가리지 않고 지배구조, 경영권 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많은 기업과 단체들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상법 개정안#외국 투기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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