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으로 불린 서울 용산 국제 업무지구 개발 사업의 무산이 국세청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간의 약 1조 원의 ‘세금 전쟁’으로 번졌다. 코레일은 “계약이 무산됐으니 세금 전액을 돌려 달라”고 주장하지만, 국세청은 “세금을 한꺼번에 돌려줄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재무 구조 악화로 한 푼이 아쉬운 코레일과 세금이 덜 걷혀 고민하는 국세청 간의 물러설 수 없는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29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코레일은 지난달 25일 “용산 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낸 법인세(지방소득세 포함) 9700억 원을 돌려 달라”며 조세심판원에 조세 불복 심판을 청구했다. 코레일은 용산 개발 사업을 위해 2007년 장부 가격이 약 8200억 원인 용산 철도차량 기지 터 44만여 m²를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에 약 8조 원에 매각했다. 양도차익(약 7조2000억 원)에 대한 약 9700억 원의 법인세도 납부했다.
문제는 약 6년간 표류하던 용산 개발 사업이 올해 4월 백지화되면서 발생했다. 토지 매각 대금을 반환하고 땅은 돌려받았으니, 이미 납부한 법인세도 환급받아야 한다는 게 코레일의 주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드림허브 측이 매각 대금 중 2조4000억 원만 지급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거래가 완료되지 않았고 양도차익도 발생하지 않았으니 세금은 당연히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세청의 생각은 다르다. 계약상 매매는 적법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이미 낸 세금을 한꺼번에 돌려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 대신 법인세법의 계약 해제 규정을 적용해 코레일이 향후 10년간 매년 내야 할 법인세에서 돌려받을 세금을 차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적자 등으로 법인세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돌려받을 세금도 없다. 전액 환급받았을 때의 이자와 같은 금융 이득도 기대하기 어렵다.
세금을 한꺼번에 돌려받지 못하면 코레일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도 틀어진다. 코레일은 이미 세금을 돌려받을 것으로 가정하고 국회에 중장기(2013∼2017년) 재무 관리 계획을 냈다. 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2015년 코레일의 부채비율(부채를 자본으로 나눈 비율)이 환급받았을 때(199.4%)보다 58.3%포인트 증가한 257.7%로 상승한다. 정부가 제시한 중장기 부채비율 목표(210%)도 달성할 수 없게 돼 혹독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코레일 관계자는 “조세심판원에서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소송까지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도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워낙 거액이기 때문에 법리를 철저히 따져 보며 법정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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