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 출산, 육아 문제도 여성 PD가 성장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출퇴근이 불규칙한 업무의 특성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여성
PD도 적지 않다. 미혼인 한 여성 PD는 “육아 때문에 힘들어하는 여자 선배를 보면 과연 나도 결혼을 해서 제대로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Q: 한
지상파 방송국 관계자는 여성 PD에 대해 “신입 PD를 뽑을 때 똑똑한 여성 지원자가 남성보다 훨씬 많아도 실제 결과를 보면
여성이 남성의 수를 넘어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남녀 차별이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 PD로는 ‘남자가 적합하다’는 인식을 가진
이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직업군에서 남녀 차별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견고한 ‘유리 천장’인 것도
사실입니다. 성 차별은 왜 생길까요. 노동시장에서 성 차별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 성 차별은 왜 생길까
1990년대 초 존 그레이 박사가 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에서는 달라도 너무 다른 남녀의 언어와 사고방식 차이를 다루었습니다. 당시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며 크게 히트를 쳤지요. 남녀 간에는 연애나 결혼 등에서 서로 다를 수밖에 없고,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면 서로 충돌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직장생활에서 남녀 간 차이는 무엇이 있을까요. 예를 들면 남녀는 직장에서 유대감을 쌓는 방법이 다릅니다. 남자들은 교감을 위해 사실과 통계를 공유하지만 여자들은 관찰과 경험을 공유하지요. 리더십 스타일에도 남녀 간 차이가 있는데요. 여성 리더는 남성 리더보다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것을 원하지만 남성 리더는 관료적이고 독재적인 유형을 보이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렇듯 직장에서 남녀 간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이 남녀 간의 ‘차이’가 남녀 간 ‘불평등’ 혹은 ‘차별’로 이어지면서 직장 내 갈등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직장 내 남녀 불평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별로는 남성이 63.3%, 여성이 77.3%로 여성이 남녀 불평등을 더 많이 느낀다고 합니다. 직장 내 남녀 불평등이 있다고 생각하는 제도에 대해서도 남녀 간 인식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은 ‘성별에 따른 연봉 차이’(53.1%)와 ‘승진 기회에 대한 공정성’(50.7%) 등을 많이 꼽았지만 남성은 ‘육아 관련제도 사용 정도’(38.3%)와 ‘업무 배치의 차이’(37.5%)를 선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남녀 간의 차이는 생물학적 차이 외에 사회문화적으로 형성되는 성별(gender)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자주 범하는 지각의 오류 중 상동효과(stereotyping)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경험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원판(prototype)을 머릿속에 가지고 다니다가 전형 중의 한 요소라도 비슷한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에게 즉시 우리의 원판을 찍어놓고 본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리프먼은 사람들은 원판을 사용하여 타인을 평가한다고 했지요. 남녀 간에도 스테레오타입이 적용되는 연구가 많은데요. 남성은 독립적이고 지배적이고 적극적인 데 반해 여성은 감정적이고 성격이 온유하다고 여겨지는 것이지요. 여성의 직업을 보면 경영보다는 건강, 복지, 교육, 그리고 사무직 분야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는 노동시장에서 성별 분리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죠.
그 외에 경제학자들은 노동시장에서 성 차별의 원인을 인적자본투자(교육 훈련)에 대한 집단 간 차이 등으로 보기도 합니다. 인적자본투자에 대한 수익은 학교 졸업 후 대부분의 시간을 일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람들에게서 더 높은데요. 여성의 경우 결혼과 출산 등으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회사를 그만둘 것으로 기대되므로 인적자본투자 크기가 낮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듯 남녀 간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가 다르고 그 결과 나타나는 생산성의 차이가 남녀 간 임금 격차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 노동시장 성 차별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많은 연구에서는 경제참여활동, 고용, 임금 측면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지위가 낮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뿌리박힌 남성 중심적 사회구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는데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남녀 임금격차는 39%(2010년 기준)로 OECD 회원국 평균 성별 임금격차(15%)와 두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노동시장에서 성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은 국가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역사적·사회적·문화적 배경 등에 따라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에서는 공기업 및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을 최소 40%로 정한 여성임원할당제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처음 도입할 때는 반발이 컸으나 여성 임원이 늘어나자 기업 성과가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
독일 가족정책의 경우 남성과 여성이 직업생활에서 평등할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독일의 육아휴직 제도를 보면 부모 중 한 사람이 육아휴직을 할 경우 12개월까지, 부모가 함께 육아휴직을 쓰면 14개월까지, 한부모의 경우도 14개월까지 육아휴직을 쓸 수 있습니다. 이 휴직수당은 휴직 전 12개월 평균 월급의 65∼67%인데 이 정책으로 남성 육아휴직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제도적 지원과 함께 노동시장에서 성별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기회를 가지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성평등’을 보편적 가치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선 어릴 때부터 성평등 교육을 통한 학습이 중요하겠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유교에 따른 남아선호사상 등의 영향이 많이 남아있어 여전히 전통적 성별 분업에 얽매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제는 조직 구성원들을 남녀로 구분하는 것이 아닌, 각자의 독특한 개성과 능력, 재능, 적성을 가지고 조직에 기여하는 ‘우리’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겠습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한국 노동시장의 성 차별이 해소된다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연평균 성장률이 0.9%포인트씩 증가한다고 합니다. 남녀 모두에게 각자의 재능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사회적·심리적 환경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구성원들과 더불어 성장, 발전하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겠습니다. 남녀 구성원들이 ‘우리’로 하나가 되어 함께 웃는 그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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