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세계에서 석유안보 수준이 두 번째로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하루 석유 소비가 생산보다 10만 배럴 이상 많은 주요 석유 수입국 32개국 중 한국의 석유안보 취약성 지수가 0.745로 태국(0.8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고 12일 평가했다. 3위는 대만(0.744)이었고, 중국(0.493)은 17위, 일본(0.483)은 19위였다. 지수가 1에 가까울수록 산업 내 석유 의존도가 높고 세계 석유시장 수급 변동성에 경제가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뜻한다. 》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00년과 2010년도 △석유 의존도(국내총생산·GDP 대비 석유 소비량, 석유 순수입 비율 등) △석유 도입 국가의 집중도 △1차 에너지 중 석유 소비 비중 등을 중심으로 각국의 석유안보 역량을 분석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석유안보 강화방안 연구-석유안보 취약성 지수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16일 발표할 예정이다.
○ 한국 석유안보는 뒷걸음질
한국의 석유안보 취약성 지수는 2000년 0.787(3위)에서 2010년 0.745로 10년 새 0.042포인트 개선되는 데 그쳤다. 석유 의존도가 2000년 0.897(7위)에서 2010년 1.278(4위)로 높아진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또 한국은 GDP 대비 석유 소비 비중이 32개국 중 세 번째로 높다. 그나마 민간 기업들이 원유 공급처를 다변화해 석유 수입국을 20곳 이상으로 늘리면서 석유 공급 부문에서의 취약성 지수가 2000년 8위에서 2010년 22위로 개선된 게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1차 에너지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석유 소비 비중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한국은 2010년 1차 에너지 소비량이 2000년보다 33.2% 증가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1차 에너지 소비 증가율이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중국 태국 브라질 인도 터키 대만 등 현재 경제가 고도성장하고 있는 국가들뿐”이라며 “선진국들은 2000년대 중반 이후 1차 에너지 중에서 석유 소비 비중을 크게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필리핀 터키 인도 체코 포르투갈 등 10개국은 10년 동안 석유안보 수준이 한국보다 큰 폭으로 개선됐다. 2000년 기준으로 취약성 지수 1위(0.808)였던 필리핀은 천연가스와 석탄 소비 비중이 높아지면서 2010년 5위(0.701)로 내려갔다. 2000년 기준 6위였던 체코(0.664)와 8위였던 포르투갈(0.639)도 석유 공급처를 다변화하면서 각각 13위(0.565), 12위(0.565)로 석유안보 수준이 개선됐다. 2000년 7위(0.657)였던 인도도 석탄과 천연가스 비중이 늘면서 16위(0.529)로 내려갔다.
태국은 지난해 원유 44만 배럴을 생산한 산유국이지만 취약성이 가장 컸다. 태국은 석유 의존도 부문 1위(2.694) 자리를 10년째 유지했다. 일본은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GDP 대비 석유 소비를 낮춰 석유 매장량이 풍부한 중국보다 석유안보 수준이 높았다.
○ 수요관리 강화하고 원유 공급처 늘려야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정보통계센터 소장은 “한국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고 석유연료인 나프타를 대체할 원료 개발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어서 석유 의존도가 높다”며 “에너지 효율 기준을 강화하는 등 수요 관리에 지속적으로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오일샌드나 셰일가스 등 비전통석유가스(암석이나 진흙, 모래 등의 틈에 녹아 있는 석유와 가스) 생산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양상을 전략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조언했다. 이 소장은 “동아시아로 원유 수출을 확장하려는 러시아와 셰일가스나 오일샌드 개발로 원유 생산량이 빠르게 늘고 있는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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