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메이어 빈 오페라하우스 관장(왼쪽)과 김상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딜라이트 전시관에서 삼성 스마트TV로 ‘빈 오페라하우스’ 앱을 구현해 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1869년 합스부르크제국의 프란츠 요제프 황제가 설립한 오스트리아의 ‘빈 국립 오페라하우스’는 밀라노, 뉴욕, 파리 오페라하우스 등과 함께 세계 최고 오페라하우스 중 하나로 꼽힌다.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가 초연된 곳으로 구스타프 말러, 카를 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 세계 최정상급 지휘자들이 음악감독을 지냈다. 매년 75만 명의 관람객이 찾고, 요즘도 99.9%의 매진율을 보이는 빈의 자랑이다.
‘매 공연은 완벽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방송국 생중계도 거부할 정도로 전통을 고수해오던 ‘콧대 높은’ 빈 오페라하우스가 최근 삼성전자와 손을 잡고 디지털 콘텐츠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154년 역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와 협업을 하게 된 것이다.
빈 오페라하우스는 6월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최초로 ‘라보엠’ 공연 실황을 초고화질(UHD) 영상으로 제작해 오페라하우스 안에 설치한 UHD TV로 상영한 데 이어 10월에는 ‘빈 오페라하우스 앱(응용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삼성 스마트TV 이용자라면 세계 어느 곳에서나 앱을 내려받은 뒤 한 작품에 14유로(약 2만 원)를 결제하면 빈 오페라하우스의 오페라와 발레 공연을 실황으로 감상할 수 있다. 시차 때문에 실시간으로 감상하기 어렵다면 자신이 있는 곳의 타임 존을 입력해 원하는 시간에 공연을 볼 수 있다. 현재 ‘트리스탄과 이졸데’, ‘아이다’, ‘장미의 기사’, ‘마술피리’ 등 4개의 공연이 중계되고 있다. 내년에는 관람 가능 작품 수가 50개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방한한 도미니크 메이어 빈 오페라하우스 관장은 “2010년 취임 직후부터 콘텐츠의 디지털 전환을 고민하던 중에 삼성전자에서 같은 생각을 제안해 손을 잡게 됐다”고 말했다. IT와 접목하는 것은 첫 시도여서 고민이 많았지만 오랜 친구인 지휘자 정명훈 씨의 설득과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정 씨는 삼성전자 법인장과의 저녁자리 등에 동석해 협업에 대해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어 관장은 “삼성전자가 관람객들의 공연 감상을 절대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우리의 원칙을 중시해줬다. 돈과 성과만 챙기는 기업이 아니라 문화에 대한 존중을 보여줬기에 협업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빈 오페라하우스는 정말 다른 일을, 정말 다른 방식으로 하는 조직이라 걱정이 됐는데 이제 삼성전자의 속도와 능력을 존경한다. 어느덧 ‘빨리빨리’가 오페라하우스 내에서 통용되는 표현이 됐다”고 말했다.
공연 실황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생중계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비엔나 오페라하우스는 초소형 무인 카메라를 관람석 곳곳에 설치했다. 앱으로 공연을 감상하는 세계 곳곳의 관람객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기 위해 스크린 2개로 공연을 중계한다. TV 스크린에는 자막 없이 공연 모습만 나오게 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화면에선 악보를 비롯해 한국어, 영어, 독일어 자막 등을 보여준다. 오페라하우스 기록보관소 및 빈 박물관 등에 소장된 유명 악보들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메이어 관장은 “삼성전자와 빈 오페라하우스의 협업은 콘텐츠 문화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동시에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문화 민주주의’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