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 1g이 물 500g 흡수… “세계를 빨아들일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8일 03시 00분


‘고흡수성수지’에 심혈 기울이는 LG화학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9일 전남 여수시 용성동 LG화학 여수공장 내 SAP(Super Absorbent Polymer·고흡수성 수지) 생산라인은 인근 시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일반적으로 화학공장 설비는 대부분 외벽이 없이 각종 파이프라인이 얽혀 있지만 이 라인은 외벽이 둘러싸고 있었다. 마치 공장 내 사무동 건물을 연상케 했다. 임찬기 LG화학 여수공장 SAP생산팀장은 “설비가 외부 습기에 노출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새로 ‘뜨는’ 제품

SAP는 기저귀나 생리대에 들어가는 물 흡수 소재다. 재료 특성상 주변의 습기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불가피하게 생산라인 안팎의 습기를 차단하는 벽이 필요하다. 임 팀장은 “분말 형태인 SAP는 g당 물 500g을 흡수하는 특수 제품”이라고 말했다.

SAP는 화학업계에서 ‘뜨는’ 소재로 통한다. 중국이 지난달 16일 1가구1자녀 정책 폐지를 발표한 데다 동남아시아와 인도에서 종이 기저귀와 생리대가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LG화학이 유일하게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모두 생산하고 있다. LG화학은 2008년 9월 코오롱으로부터 경북 김천공장 내 SAP 생산라인(연간 생산량 7만2000t 규모)을 인수하면서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SAP 수요가 늘어나자 LG화학은 여수공장에 2011년 연 3만6000t 규모의 1생산라인, 2012년 7만2000t 규모의 2생산라인을 각각 설치했다. 또 지난달 준공해 내년 초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하는 3생산라인을 포함하면 연간 SAP생산량은 26만 t에 이른다.

○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사업으로

“지금 우리는 세계 톱 위생용품 기업들에 우리 생산제품의 절반 이상을 판매하고 있다. 감히 넘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미국 독일 일본 회사의 높은 장벽을 연구개발과 생산, 마케팅 역량을 총집결해 마침내 극복할 수 있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SAP 사업 추진 성과를 이같이 설명했다. SAP를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갖고 치밀하게 전략을 세운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SAP사업에 대한 도전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며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최고의 고흡수성 특수수지를 만들어서 최종 고객의 삶을 풍요롭게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갈 준비도 치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은 박 부회장 지휘 아래 SAP사업 성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LG화학은 박 부회장이 본부장을 겸직하고 있는 석유화학사업본부 산하에 ‘기능수지사업부문’을 신설하고 기존 아크릴·가소제 사업부를 내년부터 아크릴·SAP사업부로 명칭을 변경할 계획이다.

3생산라인에 이어 내년에 또다시 여수공장에 4생산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LG화학 관계자는 “내년에 또다시 800억 원을 투입해 SAP 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라며 “2015년 8만 t 규모의 이 라인이 가동되면 SAP 생산량은 연간 34만 t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SAP 시장은 2012년 200만 t 규모에서 2017년 260만 t으로 매년 6%씩 성장할 것으로 LG화학은 예상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세계적인 노령화로 성인용 기저귀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SAP 시장 전망도 밝다”며 “현재 SAP시장에서 세계 6위인 LG화학은 앞으로 ‘빅3’인 독일 에보닉과 바스프, 일본의 일본촉매화학 가운데 한 회사를 제치고 새로운 ‘빅3’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여수=박진우 기자 pjw@donga.com
#SAP#LG화학#고흡수성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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