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빠르게 늙어가는 한국, 실손의료보험으로 노후 대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9일 03시 00분


100세 시대 대비 금융상품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 차장(42)은 아들과 딸에게 쓰는 교육비 외에는 최대한 지출을 줄이고 있다. 남들보다 여유가 있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노후에 대한 불안감은 크다.

그는 “선배 세대는 회사 다니며 아이들 결혼시키는 게 꿈이라고 했지만, 우리 세대는 대학 마칠 때까지 남아 있는 것도 쉽지 않다”며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아이들에게 노후를 기댈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다. 인구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국민의 노후 대비는 앞서 고령화 시대에 진입한 선진국보다 부족하다. 정부가 최근 ‘100세 시대를 대비한 금융’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다.

준비 없이 늙어가는 나라

2000년 생산 활동이 활발한 성인(20∼64세)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는 15.3%였다. 64세 이하 성인 인구 100명당 노인 인구가 15.3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50년에는 이 비율이 91.4%로 증가한다.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노후 소득을 보장할 만한 경제적 준비는 부족하다. 퇴직연금 가입률과 개인연금 가입률은 각각 18.8%, 12.2%에 불과하다. 노인 가구의 빈곤율(65세 이상 고령자 중 중위소득의 50% 미만 비중)은 4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3%)을 훌쩍 뛰어넘는다. 50대의 소비 지출 대비 의료비는 4.3%에 불과하지만 60세 이상은 13.8%로 의료비 지출이 크다. 하지만 60대의 실손 의료보험 가입률은 11.8%에 불과하다.

결국 충분한 소득이나 탄탄한 공적, 사적 보험에서 제외된 노인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가난한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 소비도 위축되고 성장 동력도 떨어져 경제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자산 증식 기회 늘리고

정부는 사회 초년병이나 중산층의 자산 증식을 돕기 위해 연간 총급여 5000만 원 이하의 근로자가 주식에 40% 이상 투자하는 장기펀드 상품(5년 이상)에 가입하면 납입액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장기세제혜택펀드’를 도입한다.

납입 한도는 연 600만 원. 소득공제는 납입 한도의 40%인 연 240만 원까지 해준다. 소득이 8000만 원을 넘을 때까지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5년 이내에 해지를 하면 추징세액이 부과된다. 20, 30대 근로자나 중산층의 자산 축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금 상품의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도 도입된다. 금융회사가 사전에 약정한 방식에 따라 상품을 운용하는 ‘위탁운용형 개인연금 상품’이나 투자자의 소득 등의 생애주기에 따라 위험자산 비중이 바뀌는 퇴직연금 상품 등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노후 보장 금융상품 확대하고

내년부터 현재보다 70∼80% 저렴한 보험료로 75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노후 실손 의료보험 상품도 나온다. 현재 자기 부담률 20%인 보장형 실손 의료보험의 보험료는 60세 기준으로 월 3만∼5만 원 정도다. 이마저 가입 연령이 65세 이하로 제한돼있어 병원 치료를 자주 받는 고령자들은 가입할 수 없었다.

내년에 선보이는 노후 실손 의료보험의 연간 보상 한도는 고가 항암제나 장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현재 실손 의료보험(5000만 원)의 2배인 1억 원으로 높아진다.

보험료 부담은 줄어들지만 자기 부담은 커진다. 보험료 지출이 큰 비급여 항목의 자기부담비율을 급여 항목(20%)보다 10%포인트 높은 30%로 상향 조정해 불필요한 비급여 치료 수요를 없앤다는 것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간병, 치매, 장례서비스 등을 보장하는 현물보험이나 ‘종신 건강종합보험’ 상품도 나온다.

주택연금 가입 대상도 확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금융자산이 거의 없는 노인들을 위해 주택연금은 가입 대상이 확대된다. 상가와 주택이 같이 있는 ‘복합용도 주택’ 보유자와 주택 합산가격 9억 원 이하 다주택자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주택연금의 초기 가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주택 가격의 2% 수준인 초기 보증료도 낮추기로 했다.

저소득층이나 신입사원과 같은 금융 취약계층을 위해 노후 설계 상담 등을 해주는 미래설계센터도 전국 17개 광역단체에 150∼200곳 설치된다. 내년 말에는 공적, 사적 연금 가입 정보를 한눈에 조회할 수 있는 종합연금 포털 사이트도 개설된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