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업을 하는 인모 씨(47)는 요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월세를 놓고 있는 ‘셰어하우스’를 생각하면 마음이 든든해진다. 노후 대비용으로 3년 전 15억 원을 들여 지은 5층짜리 원룸형 셰어하우스에서 방 하나당 55만∼60만 원, 매달 2000만 원가량의 월세가 고정적으로 들어오기 때문. 일부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이 공급 과잉으로 세입자를 못 구하는 것과 달리 인 씨의 셰어하우스는 주변 대학생과 외국인 학생들이 몰리면서 원룸 37개가 전부 월세로 나간다.
인 씨의 셰어하우스는 주방과 침실, 욕실을 모두 한 방에 몰아넣는 일반 원룸과 달리 공용공간과 개인공간을 분리한 것이 특징. 1층에는 세입자들이 직접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취사도구를 모두 갖춘 주방과 TV를 보거나 쉴 수 있는 거실을 마련했다. 2∼5층에는 침실과 욕실, 가구 등을 갖춘 개인 방으로 꾸몄다. 인 씨는 “관리소장을 별도로 둔 데다 공용 공간이 있어 일반 원룸보다 유지·관리비용이 많이 들긴 하지만 세입자가 몰려서 빈방이 없다 보니 수익률은 연 10% 정도로 좋다”고 말했다.
○ 외국인 수요층 겨냥한 다양한 임대상품
주택경기가 침체됐지만 노후 대비용으로 주택임대 사업에 나서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여윳돈을 굴릴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데다 1인 가구 증가로 월세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몇 년간 민간 임대시장은 계속 커지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7년 말 3만7457명이던 민간 임대사업자 수는 지난해 말 5만4137명으로 5년 만에 45% 증가했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1인 가구의 비율도 2000년 15.5%, 2005년 20.0%, 2010년 23.9% 등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윳돈이 넉넉지 않은 일반인도 2억∼5억 원의 자금을 투자해 임대사업에 나서고 있다. 국내 젊은층에 월세를 줬던 관행에서 탈피해 수요층을 외국인에게 맞추면서 안정적인 월세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
의사 오모 씨(62)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보증금을 받지 않는 대신 수개월∼3년 치 월세를 한꺼번에 받는 이른바 ‘깔세’가 유망하다는 정보를 접하고 지난달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79m²짜리 주거용 오피스텔을 2억1000만 원에 매입했다. 오 씨는 최근 이 오피스텔을 영어학원 강사인 미국인에게 월 120만 원에 2년간 임대했다. 보증금 없이 1년 치 월세 1440만 원을 한꺼번에 받는 조건이었다.
▼ 보증금 없이 월세 한꺼번에 받는 ‘깔세’ 유행 ▼ 주택임대 사업 나서는 중장년층
오 씨는 “월세 연체를 걱정하지 않아도 돼 마음이 편한 데다 은행 정기예금보다 2배 이상의 수익이 나서 좋다”고 말했다.
○ 서울 강남 집 팔아 지방 원룸 투자
소유한 집을 줄여 남는 돈으로 임대사업에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해 은행에서 퇴직한 한모 씨(60)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109m²)를 10억 원에 팔고 경기 용인시의 4억 원짜리 아파트(109m²)로 이사하면서 손에 쥔 6억 원을 종잣돈 삼아 임대사업에 나섰다. 당초 수도권 오피스텔 등을 알아보던 한 씨는 부동산 경기가 좋은 지방에서 원룸에 투자하면 수익률이 수도권보다 높다는 정보를 듣고 대전에서 편의시설이 갖춰진 ‘풀옵션 원룸’ 18개가 있는 4층 규모의 다세대 주택을 최근 매입했다. 집값이 5억5000만 원이었지만 전세와 월세에서 나온 보증금 2억3700만 원과 은행 담보대출 1억 원을 활용해 한 씨는 2억1300만 원만 투자했다. 한 씨는 매달 290만 원씩 월세 수입을 올리고 있다. 실 투자금 대비 연 16% 정도의 고수익이다.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에 주로 몰리던 임대 유형이 최근에는 ‘서비스드 레지던스’(호텔식 임대형 주거시설)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 금천구에 사는 박모 씨(55·여)는 서울 용산구 문배동에 들어선 레지던스 호텔 ‘용산 큐브’ 2채를 3억 원에 분양받았다. 박 씨는 이곳이 문을 연 올 6월부터 채당 매달 82만 원을 관리회사로부터 받고 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집주인과 계약을 맺은 위탁운영관리회사가 임차인을 구하고 관리를 하기 때문에 집주인은 세입자에 대해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 노후 대비 든든한 버팀목
노후 대비용 월세 임대는 소득이 없는 노년층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서울 강남지역이나 대학가 등 월세 수요가 많은 곳을 잘 골라 투자하면 연 수익률이 최소 6% 이상 나오기 때문에 은행 정기예금 이자(2.5∼3%)보다 2배 이상의 현금 수입을 매달 올릴 수 있다. 정부가 민간 임대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각종 금융·세제 혜택을 늘리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부동산컨설팅회사인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주택임대 사업은 주식보다 위험도가 작은 데다 은퇴 이후에 안정적인 현금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투자처도 기존의 오피스텔이나 다세대 중심에서 셰어하우스나 외국인 대상 월세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