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미국의 중장비 업체인 밥캣(현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을 인수한 이후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던 두산이 자체 재무구조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위기설 잠재우기에 나섰다. 인프라코어, 건설, 중공업 등이 각각 마련한 유동성 확보 방안으로 두산그룹은 총 1조1000억 원의 자금을 손에 쥘 수 있게 됐다.
○ 증권 발행하고 자사주는 팔고
두산건설이 마련한 재무구조 개선안은 3년 만기인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이다. 만기가 돌아올 때까지는 배당금을 받고 만기 이후에는 두산건설 주식으로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증권이다. 두산건설은 총 4000억 원 규모의 RCPS를 발행해 9월 말 현재 208%인 부채 비율을 130% 수준으로, 87%인 단기차입금 비율을 65% 안팎으로 끌어내릴 계획이다. 이상우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확정배당률이 연 6.5∼6.9%로 두산건설이 지금까지 발행한 회사채보다 조건이 좋다”고 평했다.
두산건설은 그 외에도 올해 4월 배열회수보일러(발전소 운전 과정에서 버려지는 열을 재활용해 증기를 만들어 발전기를 추가로 돌리는 고효율 설비) 사업을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에서 물려받았다. 이 사업 덕분에 올해 4000억 원인 수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3일 총 4억 달러(약 4212억 원) 규모의 글로벌 주식예탁증서(GDR)를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이곳에서 나온 자금은 외화 차입금을 갚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두산인프라코어는 9월 말 기준 229%인 부채 비율을 150%까지 줄일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자사주의 절반 이상을 팔아 현금을 마련했다. 보유하고 있던 1600만 주 중 56.5%인 950만 주를 주당 3만1285원에 팔아 총 3023억 원을 마련했다. 이 돈이 부채 상환에 최우선으로 활용되면 216%인 부채 비율은 150% 안팎까지 줄어든다.
사업구조 개편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주회사인 ㈜두산은 최근 글로넷사업부가 시행하던 물류사업에서는 손을 떼고 계열사인 두산산업차량은 본사로 합병했다. 두산산업차량은 지난해 매출 6720억 원, 영업이익 361억 원의 실적을 낸 회사로 올해 4분기(10∼12월)부터는 산업차량의 실적들이 본사의 실적에 포함된다. 이 같은 사업구조 개편으로 ㈜두산은 지난해 약 1조7000억 원이던 매출액을 2017년까지 3조7000억 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 본격적인 회복엔 시간 더 필요
사업 환경이 좋아지면서 두산그룹에 대한 실적 기대감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다만, 그동안 관련 업종 불황이 심했던 탓에 실적이 완전히 회복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선도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굴착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매출이 회복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원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의 10, 11월 굴착기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28.9% 늘어났지만 올해 4분기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 기간 판매관리비 지출이 적었기 때문에 적자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두산중공업 역시 올해 실적이 목표치인 10조 원에 못 미친 것이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우리투자증권 하석원 연구원은 “3분기까지 수주액은 지난해보다 16% 줄었다”며 “영국 베트남 등에서 추가 수주가 예정돼 있긴 하지만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추가 수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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