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1조원대 현금 확보… “실적개선 시간문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4일 03시 00분


유동성 강화로 위기설 조기진화

2007년 미국의 중장비 업체인 밥캣(현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을 인수한 이후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던 두산이 자체 재무구조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위기설 잠재우기에 나섰다. 인프라코어, 건설, 중공업 등이 각각 마련한 유동성 확보 방안으로 두산그룹은 총 1조1000억 원의 자금을 손에 쥘 수 있게 됐다.

○ 증권 발행하고 자사주는 팔고

두산건설이 마련한 재무구조 개선안은 3년 만기인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이다. 만기가 돌아올 때까지는 배당금을 받고 만기 이후에는 두산건설 주식으로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증권이다. 두산건설은 총 4000억 원 규모의 RCPS를 발행해 9월 말 현재 208%인 부채 비율을 130% 수준으로, 87%인 단기차입금 비율을 65% 안팎으로 끌어내릴 계획이다. 이상우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확정배당률이 연 6.5∼6.9%로 두산건설이 지금까지 발행한 회사채보다 조건이 좋다”고 평했다.

두산건설은 그 외에도 올해 4월 배열회수보일러(발전소 운전 과정에서 버려지는 열을 재활용해 증기를 만들어 발전기를 추가로 돌리는 고효율 설비) 사업을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에서 물려받았다. 이 사업 덕분에 올해 4000억 원인 수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3일 총 4억 달러(약 4212억 원) 규모의 글로벌 주식예탁증서(GDR)를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이곳에서 나온 자금은 외화 차입금을 갚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두산인프라코어는 9월 말 기준 229%인 부채 비율을 150%까지 줄일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자사주의 절반 이상을 팔아 현금을 마련했다. 보유하고 있던 1600만 주 중 56.5%인 950만 주를 주당 3만1285원에 팔아 총 3023억 원을 마련했다. 이 돈이 부채 상환에 최우선으로 활용되면 216%인 부채 비율은 150% 안팎까지 줄어든다.

사업구조 개편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주회사인 ㈜두산은 최근 글로넷사업부가 시행하던 물류사업에서는 손을 떼고 계열사인 두산산업차량은 본사로 합병했다. 두산산업차량은 지난해 매출 6720억 원, 영업이익 361억 원의 실적을 낸 회사로 올해 4분기(10∼12월)부터는 산업차량의 실적들이 본사의 실적에 포함된다. 이 같은 사업구조 개편으로 ㈜두산은 지난해 약 1조7000억 원이던 매출액을 2017년까지 3조7000억 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 본격적인 회복엔 시간 더 필요

사업 환경이 좋아지면서 두산그룹에 대한 실적 기대감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다만, 그동안 관련 업종 불황이 심했던 탓에 실적이 완전히 회복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선도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굴착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매출이 회복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원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의 10, 11월 굴착기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28.9% 늘어났지만 올해 4분기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 기간 판매관리비 지출이 적었기 때문에 적자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두산중공업 역시 올해 실적이 목표치인 10조 원에 못 미친 것이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우리투자증권 하석원 연구원은 “3분기까지 수주액은 지난해보다 16% 줄었다”며 “영국 베트남 등에서 추가 수주가 예정돼 있긴 하지만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추가 수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두산#두산인프라코어#두산그룹#재무구조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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