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정말 없다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4일 03시 00분


《 “(경영 전문가들은) 회사의 빈자리를 채우는 일과 세탁기의 부품을 교체하는 일이 크게 다
르지 않다고 여긴다. 부품이 필요하면 상점에 가서 원하는 부품을 찾은 뒤에 제자리에 끼워
넣고 세탁기를 돌리기만 하면 된다.” ―부품사회(피터 카펠리·레인메이커·2013년) 》

취업준비생들과 채용 담당자들 사이에 큰 괴리를 보이는 단어가 있다. ‘열린 채용’이라는 말이다. 학력도, 성적도, 영어 점수 같은 다른 ‘스펙’도 보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좋은 학벌도, 높은 성적도, 만점에 가까운 영어 성적도 없다면 지원해 볼 꿈조차 꾸지 못하는 채용”이라는 취업준비생들의 말에 왠지 더 공감하게 된다.

실제 조금이라도 더 유명한 학교를 가고 더 나은 성적과 영어 실력을 쌓기 위한 취업준비생들의 경쟁은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여기엔 노력뿐만 아니라 영어학원 수강료와 각종 자격증을 따기 위한 비용을 따지면 엄청난 돈도 든다. 도대체 뭘 더 해야 그들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책 ‘부품사회’는 이런 취업준비생들을 ‘힐링’해줄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저자는 뽑을 사람이 없다고 투덜대는 채용 담당자들의 말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를 각종 도표와 자료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반박한다. ‘채용 담당자들은 이공계·경영학 전공 졸업자가 부족해 사람을 뽑을 수 없다고 하지만 실제 1970년 이후 경영학 전공자는 3배, 컴퓨터와 정보기술(IT) 분야 학위 취득자는 15배 증가했다’는 식이다.

여기에 ‘경력 조건을 조금만 느슨하게 풀어주면 자격 요건을 갖춘 지원자 수를 엄청나게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대목이나 ‘고용주들이 적임자를 찾기 힘들다고 할 때마다 그들에게 월급을 올려 줄 생각을 해 봤냐고 묻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자기네 월급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라고 비꼬는 내용들은 취업준비생에게는 통쾌한 느낌까지 안겨줄 것 같다.

다만 서점과 도서관에서 이 책을 집어들 독자들도 유념해야 할 것은 있다. 지금까지 인기를 끌었던 수많은 ‘힐링 서적’들이 현실을 바꿔 준 적은 거의 없었다는 사실 말이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부품사회#피터 카펠리#레인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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