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소프트웨어(SW) 정책은 인재 양성에 앞서 SW 기업을 키우는 데 초점을 둬야 합니다. 오라클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세계적인 SW 기업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필요합니다.”
1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티맥스소프트 본사에서 남정곤 대표(59·사진)를 만났다. 남 대표는 LG반도체와 현대전자 등을 거쳐 2008년부터 SK하이닉스의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를 지낸 대기업 출신 SW 전문가다. 남 대표는 3월 티맥스소프트에 합류했다.
티맥스소프트는 1997년 직원 5명으로 출발해 16년간 줄곧 데이터베이스(DB), 미들웨어, 운영체제(OS) 등 3대 SW 원천기술 개발에 매달려 온 국산 SW 개발사의 산증인 같은 기업이다. 척박한 국내 SW 시장 환경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을 계속해 현재 국내 미들웨어 시장에서 IBM, 오라클 등을 누르고 점유율 40%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정부가 어느 때보다 SW를 강조했지만 SW 혁신 전략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있는데….
“정책의 완성도를 떠나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SW 전략의 초점을 수요가 아닌 공급에 둔 점이 아쉽다. 인재들을 수용할 곳을 고민하지 않고 양성만 하면 실업자만 양산하게 된다. 지금도 4대 보험은커녕 월급도 제때 못 받는 개발자가 허다하다. 시장이 먼저 활기차게 변해야 한다.”
―SW 시장을 더 키울 방안이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몇몇 대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제조업의 정보기술(IT) 수준은 상당히 낮다. 이걸 끌어올리면 제조업 효율성 향상과 동시에 SW 시장을 늘릴 수 있다. 정부가 산업별 수요를 제대로 조사하고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정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은 외국계 시장조사기관 데이터만 보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
―SW 강국을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엇인가.
“기업의 전산시스템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통합(SI) 분야보다 패키지 SW 시장을 키워야 한다. 그중 특히 시스템 SW는 모든 SW의 근간이 되는 기술이라 파급 효과가 크다. 티맥스소프트가 여기에 매달려 온 것도 그 때문이다. 원천기술을 우리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 오라클이 점유한 글로벌 DB 시장의 10%만 가져와도 4조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적극적인 육성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공공기관부터 국산 SW를 믿고 써 줘야 한다. 그래야 해외 시장에서 할 말이 있다. 중국이 화웨이를 어떻게 키웠는지 잘 봐야 한다. 중국은 정부 구매 땐 가장 비싼 가격으로 화웨이 제품을 사고 수출할 때는 정부가 보조금을 줘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화웨이를 지원했다. 화웨이는 정부의 적극적 정책 덕분에 글로벌 1위 사업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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