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알루미늄 압출소재 영토 확장, 국내 넘어 세계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6일 03시 00분


베트남 진출 이어 논산에도 대규모 생산기지 조성
㈜동양강철

㈜동양강철 베트남 공장 전경(위)과 현장시찰 중인 박도봉 회장(아래사진 왼쪽).
㈜동양강철 베트남 공장 전경(위)과 현장시찰 중인 박도봉 회장(아래사진 왼쪽).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지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불황 속에서 오히려 시장지배력을 강화해 나간다.

대전 대덕구에 위치한 ㈜동양강철(회장 박도봉·www.alusash.co.kr)이 바로 그런 기업이다. 대규모 해외 시설투자 탓에 경영 지표는 비록 2년간 적자를 봤지만, 최근 이 회사의 경영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수익성과 성장성 측면에서 경쟁 기업을 압도하고 있다.

1956년 설립된 ㈜동양강철은 국내 최초로 알루미늄 압출사업에 진출한 이래 국내 비철 소재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왔다. 지금은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의 생산라인을 구축해 글로벌 초우량기업으로 영토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알루미늄 업계 가운데 ㈜동양강철만큼 언론의 조명을 받은 회사도 드물다. 알루미늄 분야에서 연매출 3000억 원을 올리는 오늘의 ㈜동양강철이 있기까지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동양강철은 2007년에 재상장을 했다. 상장 폐지됐다가 재상장된 첫 사례다. 당장 주저앉을 판이었던 회사는 2002년 박도봉 동양강철그룹 회장이 인수한 후 재기에 청신호를 밝혔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또 한 차례 어려움이 닥쳤다. 환율이 갑자기 오르면서 알루미늄 원자재 수급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

위기 극복의 힘은 ‘고강도 초경량’ 알루미늄 제품이었다. 건축용 자재 대신 고부가가치의 산업용 소재 부품을 개발해 대기업에 납품한 것이 재기의 발판이 됐다. 이 회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삼성전자에 납품한 LCD·LED TV용 알루미늄 지지대가 그것이다. 여기에 자동차·철도·선박에 들어가는 고부가 알루미늄 산업재가 든든하게 뒤를 받쳤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 이후 ㈜동양강철은 성공가도를 달렸다. 알루미늄 내외장재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구축하였고 베트남 하노이에 설립한 현지 알루미늄 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베트남 정부와 알루미늄 제련공장 건설 및 알루미늄 제조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합의서(COA)를 체결했다. 이로써 ㈜동양강철은 100% 수입에 의존하는 알루미늄 원자재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동양강철은 이미 7년 전에 베트남에 진출해 기반을 다졌다. 2006년 당시 베트남에 투자한 알루미늄 외국기업 1호다. 주위에서 안 된다고 말렸지만 박 회장은 정확한 예측과 판단으로 투자를 밀어붙였다. 베트남은 알루미늄 원료인 보크사이트가 풍부한 곳으로 원자재의 중요성을 잘 아는 그의 미래 예측은 적중했다.

㈜동양강철은 국내에서도 충남 논산에 대규모 종합 알루미늄 생산기지 조성을 진행하고 있다. 논산시 연무읍 양지리(양지농공단지) 및 가야곡면 일원에 40만 m² 규모의 생산기지를 2017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며, 완공되면 2020년에는 매출 1조 원 이상의 종합 알루미늄 단지 구축과 직간접 고용 유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

베트남 사업 확대와 논산 생산기지의 대규모 투자는 세계화의 본격 시작을 의미한다. 우선 베트남 공장은 동남아 전략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기존 인도네시아와 태국, 말레이시아 외에도 미얀마 라오스 브루나이 등에 현지법인 설립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낮은 인건비를 내세운 중국의 저가공세에 맞서기 위함이다. 논산에서는 기술 및 제품 개발, 다품종 소량생산 제품, 단납기성 제품, 고기술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 고급화 수요를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동양강철은 이를 통해 글로벌 알루미늄 업체들과 본격 경쟁하는 세계적인 부품소재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제조업 창조경제 핵심은 혁신·글로벌” ▼
인터뷰 / 박도봉 회장


“제조업의 창조경제는 혁신과 글로벌화입니다. 동양강철은 베트남 투자를 결정한 7년 전부터 이미 창조경제를 실천해왔고, 알루미늄 소재산업의 발전을 소리 없이 이끌어왔습니다.”

㈜동양강철 박도봉 회장은 업계에선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다. 그의 궤적을 짚어보면 평탄한 삶은 아니었다. 주물공장 견습공에서 출발한 지 27년 만에 연매출 7000억 원이 넘는 중견기업 그룹의 수장이 됐다.

충남 금산의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일찍이 창업에 꿈을 두고 대학 졸업 직후 몸소 기술 습득을 위해 서울 영등포에 있는 열처리 업체에서 생산직으로 근무했다. 하루 12시간씩 맞교대로 근무하는 강행군이었지만, 내 사업을 위한 현장 실습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하며 직접 기술을 습득했다.

이후 29세 되던 1988년 600만 원으로 창업했고 열처리 전문업체인 KPT를 성장시켜 코스닥 상장까지 했다. 당시 대기업의 금속 및 금형 열처리를 대행하는 하청업체였던 이 회사는 2003년, 법정관리 상태에 있던 매출 10배가 넘는 원청 대기업인 ㈜동양강철을 인수하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인수 직후 구매·재무·인사 등 경영과 관련한 모든 내용을 투명하게 노동조합 측에 공개하고 전 임직원에게 재기의 동기를 부여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박 회장의 기업경영 모토는 신의와 성실, 기술개발로 요약된다. ‘기본’에 충실한 박 회장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중소기업의 세계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혁신을 위해서는 일시적인 아픔을 겪어야 합니다. 포기하면 모든 것을 잃지만, 좌절을 딛고 일어서면 인생에 값진 밑거름이 되지요. 유산 없이 무일푼으로 자수성가한 내가 증인입니다.”

박 회장이 생각하는 ㈜동양강철의 최종 목표, 즉 종착지가 어디일지 궁금해졌다.

“내년 상반기까지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브루나이 현지법인 설립 작업을 마무리할 겁니다. 이후 3년 안에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내고, 2020년 글로벌 생산성 1위 기업이 되는 게 동양강철의 최종 목표입니다.”

인재육성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대전과 충남지역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박 회장은 모교인 목원대 총동문회장으로 2011년 명예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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