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상하이 자유무역지대’ 발표후… 도시경쟁력 평가 1위 추월 당하자
라이벌 싱가포르와 금융협약 체결… 위안화 결제 영역 서남亞로 확대
홍콩을 포함한 중국 주요 도시 간의 경쟁은 중국인들에게는 관심거리를 넘어선 자존심 싸움에 가깝다. 홍콩의 중국 반환 및 중국의 경제성장은 홍콩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주요 도시들 간의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였다. 특히 연구소들이 중국 국내외 도시경쟁력을 분석해 발표할 때마다 중국의 전통적인 자유무역항인 홍콩과 본토의 대표적인 항구도시인 상하이의 순위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홍콩이 앞서고 상하이가 추격하는 형국은 오랜 세월 이어졌다. 홍콩은 싱가포르와 더불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국제 금융도시로서 비즈니스 경영환경과 생활환경 등 많은 부분에서 상하이보다 수십 년 앞서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하이를 응원하는 중국 본토 사람들에게 위안이라고 한다면 추격 속도가 점차 빨라져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중국도시경쟁력연구회가 최근 발표한 도시경쟁력 평가에서 이 두 도시의 순위가 처음으로 뒤집혔다. 상하이가 중국 도시경쟁력 1위에 오른 것이다. 역전의 중심에는 올해 9월 중국 정부가 발표한 ‘상하이자유무역지대’라는 놀라운 계획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상하이자유무역지대 계획은 단순한 무역의 자유화 수준을 넘어 위안화 자유교환까지 허용하고 있다.
위안화 자유교환의 의미는 대단히 크다. 외국 자본이 중국 본토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 투자수익을 외부로 유출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의 외국 기업이 중국 본토에 직접 투자할 경우 자유무역항인 홍콩에 회사를 설립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상하이자유무역구 내에서 중국 은행들의 독점적 지위 철폐, 해외 자본의 중국 주식시장 투자 제한 철폐, 은행 금리의 자율화, 위안화의 자유로운 환전으로 상하이를 홍콩에 이어 제2의 금융 중심지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미 HSBC, 스탠다드차타드(SC) 등 유수의 글로벌 은행들이 이 지역에 은행 설립 신청을 하고 있고 일부는 이미 허가를 받아 영업 개시 준비에 들어갔다.
홍콩인들의 우려는 컸다. 홍콩의 대표적인 재벌인 리카싱(李嘉誠) 청쿵(長江)그룹 회장은 “상하이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홍콩을 추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발언은 모든 홍콩 신문의 1면에 기사화돼 홍콩인들에게 경각심과 걱정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상무부는 상하이자유무역지대의 시범 출범이 홍콩의 미래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중국과 홍콩의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홍콩은 글로벌 금융허브라는 자신만의 역할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고 상하이는 중국의 글로벌화를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려가 잠시 가라앉은 12월 초 홍콩에 놀라운 뉴스가 전해졌다. 수십 년간 경쟁해 온 홍콩과 싱가포르가 위안화 비즈니스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싱가포르에서 두 도시의 증권거래소장들이 협정서에 사인을 했고 두 경제지구는 정보센터를 연결함으로써 금융상품 기술과 규제조건에 대해 연구하기로 했다.
‘겨우 두 도시의 증권거래소 협약을 가지고 중국 정부의 자유무역지대와 비교할 수 있는가’라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홍콩은 중국 본토 이외의 거의 유일한 위안화 결제 창구로 우위를 선점해왔다. 싱가포르는 홍콩의 위안화 결제 창구 지위에 지속적으로 도전해왔다.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홍콩이 싱가포르에 이를 쉽게 양보하지 않으려 했던 터라 이번 협정이 주는 의미는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이번 협업으로 싱가포르라는 인도양의 관문을 통해 홍콩은 위안화 결제 창구 영역을 서남아시아 시장까지 확대했다. 중국 상무부의 립 서비스 같았던 “홍콩은 자신만의 역할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던 예상을 현실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홍콩은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등 중국 내 도시들과의 경쟁에 치우치지 않고 국제적인 금융도시답게 더 넓은 시장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금융허브 홍콩의 내공이자 홍콩이 홍콩다움을 지켜가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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