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5000억 출자전환 포기… 내년 법정관리 들어갈 수도
31일 600억 채권담보대출 만기… 못 갚을땐 협력업체 줄도산 우려
기업 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 중인 쌍용건설이 채권단 지원이 무산되면서 상장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부실을 털어내지 못하면 내년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도 높아졌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쌍용건설의 완전 자본잠식을 막고 상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5000억 원 규모의 출자전환 지원 방안을 포기했다. 출자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쌍용건설은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해 상장 폐지될 수밖에 없다.
쌍용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산업, 신한, 국민, 하나은행 등 채권단에 5000억 원을 출자전환해 상장을 유지하는 1안과, 상장 폐지는 감수하고 3800억 원을 출자전환하는 2안을 제시해 27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까지 답변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쌍용건설은 자본금 전액이 잠식돼 올해 2월부터 주식거래가 정지된 상태”라며 “출자전환이 불발되면 상장폐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상장 폐지 결정은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인 내년 3월 말에 이뤄진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쌍용건설 법정관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쌍용건설의 회생 가능성에 대해 채권단 내의 부정적인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 초 비(非)협약 채권자인 군인공제회가 쌍용건설 채권 1230억 원을 회수하기 위해 가압류에 나서면서 채권단의 추가지원 의지가 거의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김진훈 군인공제회 이사장과 만나 최종 협상을 벌였지만 소득이 없었던 점도 법정관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채권단 관계자는 “신규로 자금을 지원하면 군인공제회의 채권 회수를 도와주는 꼴”이라며 “지원을 해도 회사가 끝까지 생존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고, 손실이 발생할 것을 알면서 지원하는 것은 배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지원이 불발됨에 따라 쌍용건설이 추진하고 있는 해외사업의 차질이 우려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1조2000억 원 규모의 카타르 지하철공사 등 수주를 앞둔 해외 사업이 무산되고 해외 8개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3조 원 규모의 16개 프로젝트도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말까지 1400여 개 협력업체에 결제해야 할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B2B대출)이 600억 원에 이른다. 채권단의 추가 지원이 없으면 이 협력업체들의 줄도산이 우려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쌍용건설 협력업체들은 다른 대형 건설사와도 거래하는 우량한 곳”이라며 “이들이 무너지면 건설업 전체에 연쇄 파급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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