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경제정책의 초점을 내수 활성화와 민생 안정에 두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가계부채 대책, 사교육비 경감 방안 등 65가지 정책과제를 세워 차례로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무주택자 중심으로 돼 있는 청약 제도를 확대해 다주택자나 법인 임대사업자들도 신규 주택을 분양받아 임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추가로 완화한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외국 크루즈선의 유치를 늘리고 선상 카지노를 허가하기 위한 제도 기반도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2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브리핑을 열고 ‘2014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놨다. 이날 발표된 내용을 두고 국정과제의 추진이 본격화되는 정권 2년 차의 정책 밑그림치고는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새해는 내수·투자 활성화에 초점
정부는 요즘 한국경제가 최악의 국면은 벗어나고 있지만 누적된 내수 부진과 구조개혁 지연 등으로 위기 이전의 성장 궤도를 회복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소비, 투자, 생산성 등 잠재성장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표들의 부진이 유난히 심각하다고 봤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수가 탄탄히 뒷받침을 해주지 않으면 큰 위기가 닥칠 때마다 경제가 심한 충격을 받게 된다”며 “최근 지표와 달리 체감경기가 얼어붙어 있는 것도 내수 부진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정책의 기본 틀을 내수 살리기와 투자 활성화에 맞추고 다음 달부터 줄줄이 관련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내년 1월에 나오는 ‘가계부채 대책’이다. 정부는 가계 빚의 확대가 내수 부진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보고 제2금융권의 대출 규제 강화, 고액 전세대출 억제 등을 통해 총량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이어 복합리조트 조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국내 관광 활성화 방안’과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잇달아 내고 3월에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한다. 이 밖에 휴면예금이나 신용카드 포인트 등 ‘잠자는 돈’을 활용해 가계소비에 보탬을 주는 방안도 선보인다.
올해 4차례 발표된 투자 활성화 대책은 내년에 중소기업, 신성장산업, 지역 투자, 외국인 투자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계속 추진된다. 주택시장과 관련해서는 월세 소득공제율 상향 조정, 서민 주거비 지원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고, 재정·금융 분야에서는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기업 설비투자를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 지적도
전문가들은 정부의 새해 정책구상에 대해 민간 주도의 경제회복과 체감경기 개선, 경제구조 개혁 등 큰 방향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하지만 추상적인 목표만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액션플랜이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숫자와 정책 방향은 많지만 구체적인 달성 방안에 대한 설명이 너무 평면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발표의 상당 부분은 기존 대책을 다시 언급하거나 재점검하겠다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경제팀의 정책이 밋밋하다는 불만은 특히 여당 내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올해도 가뜩이나 경제활성화와 경제민주화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며 정책 혼란을 초래했는데, 정권의 색깔을 확실히 내야 하는 집권 2년 차에 뚜렷한 정책기조를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정책을 나열하더라도 핵심으로 밀어붙이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안 보인다”며 “창조경제도 올해는 넘어가지만 내년에는 성과를 내야 하는데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내년 성장률(3.9%)과 고용 목표치(45만 개)가 너무 낙관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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