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서울의 한 알뜰주유소. 주유기 2대에 정식 직원 1명, 아르바이트 직원 2명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이 주유소 유모
사장(43)은 “주유 건수가 알뜰주유소 전환 전보다 훨씬 많아져 매출도 늘어났다”고 밝혔다. 반면 주변에 있는 다른 주유소들은 알뜰주유소로 입은 피해가 크다며 울상이었다. 한 정유사 주유소를 운영하는 구모 사장(52)은 “알뜰주유소가 생긴 뒤 연간 매출이 1억 원 이상 떨어져서 사실상 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12월 29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1호 알뜰주유소가 문을 연 지 2년을 맞았다. 2년 만에 알뜰주유소는 1000호점을 돌파했다. 알뜰주유소를 둘러싼 논란은 한때 사그라지는 듯했으나 정부가 최근 알뜰주유소의 셀프 전환을 지원한다고 밝혀 다시 불이 붙고 있다. 》 ○“셀프주유소 전환 지원 검토”
알뜰주유소는 출범 당시부터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대표적인 게 알뜰주유소 전환 시 정부 예산으로 시설개선 비용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정부는 알뜰주유소에 대해 소득세와 법인세를 10% 감면해주고 지방세도 50% 감면해줬다. 이와 함께 한국석유공사를 통해 정유사보다 저렴한 가격에 석유를 공급해주며 주유소들의 기름값 인하 경쟁을 촉발시켰다.
최근 L당 40∼50원 가격을 낮춘 셀프주유소가 늘어나면서 알뜰주유소와의 가격차가 좁혀지자 정부는 알뜰주유소가 셀프주유소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을 지원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한국주유소협회는 24일 성명을 통해 “전체 주유소의 7.8%에 불과한 알뜰주유소에만 셀프주유소 전환을 지원하는 특혜를 중단하라”며 강력 반발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알뜰주유소에만 지원 정책이 편중되다 보니 시장 포화로 경영이 어려운 기존 주유소들은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알뜰주유소 특혜 논란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 예산으로 셀프주유소 전환을 지원하는 게 아닌 데다 지원방식 역시 무상이 아니라 셀프주유기를 임대하고 임대료와 이자를 받는 ‘리스’ 방식이라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에 석유를 공급하면서 발생한 이익금을 활용해 셀프 전환을 돕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전반적인 기름값 인하 효과 있어
알뜰주유소의 정책적 효과에 대한 공방도 다시 점화했다.
정부가 알뜰주유소 출범 당시 기름값의 L당 70∼100원 인하를 목표로 했지만 실제 기름값 인하 효과는 이보다 훨씬 작다는 것이 기존 주유소업계의 주장이다. 12월 넷째 주(23∼29일) 전국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883원이지만 알뜰주유소의 평균 판매 가격은 1851원으로 32원밖에 싸지 않다.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가 정유사에서 구매한 석유를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정유사들이 석유공사에 납품하는 가격과 자사(自社)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에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애초 정부가 제시한 L당 100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알뜰주유소로 인해 전반적으로 기름값이 낮아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알뜰주유소 반경 1km 이내의 주유소 기름값은 같은 시군 내 다른 주유소 가격보다 평균 38원 정도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도 알뜰주유소가 기름값 인하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정부가 예산이나 세제혜택 등을 통해 특정 주유소에 지원을 지속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알뜰주유소로 어느 정도 기름값이 내려간 점도 있지만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알뜰주유소를 지원해 기름값을 낮춘 것”이라며 “언제까지 정부가 석유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