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2007년 이후 7년 만에 이건희 회장(사진)의 신년사 전문을 공개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은 비자금 의혹 관련 특별검사팀 수사를 받은 2008년부터 3년간 신년사를 내지 않다가 2011년부터 신년사 요약본만 공개해 왔다.
올해 신년사에는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거나 안전사고를 낸 계열사에 대한 매서운 질책이 담긴 게 특징이다.
이 회장은 “열과 성을 다해 준 임직원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라고 격려한 직후 “신경영 20년간 글로벌 1등이 된 사업도 있고, 제자리걸음인 사업도 있습니다. (중략) 부진한 사업은 시간이 없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실적이 좋지 못했던 건설, 금융 계열사를 향한 메시지다.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고, 삼성엔지니어링 물탱크 폭발 사고 등 지난해 잇달아 발생한 사고들도 지적했다. 그는 “지난 한 해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삼성의 사업장은 가장 안전하고 쾌적한 곳이 되어야 하며,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과거 신년사가 사회와 업계 전반을 향한 조언 위주로 구성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회장은 2011년 신년사에서 “창조와 혁신, 동반성장으로 새로운 10년을 맞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2년에도 “기존 사업은 성장이 정체되고, 신사업은 생존의 주기가 빠르게 단축될 것”이라며 특유의 위기론을 설파했다. 지난해에는 새 정부 출범에 맞춰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동참해 국민경제에 힘이 되자”, “협력회사의 경쟁력을 키워 성장을 지원하자” 등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신년사는 이 회장이 지난 1년간 강조했던 메시지 등을 모아 작성하는데 지난해 사고도 많았고 계열사 간 실적 차이도 커 강한 메시지가 나온 것 같다”며 “전문을 공개해 조직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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