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남모 씨(31)는 최근 온라인마켓에서 부루마블 게임세트를 샀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갖고 놀던 기억 때문이다. 남 씨는 “디지털 시대에 아직 이런 걸 파는구나 싶어 신기하기도 하고 우리 세대의 추억도 있어서 샀다”며 “가족이 모일 때 한번씩 함께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30대와 40대를 중심으로 복고 상품을 선호하는 ‘조로(早老)형 소비’가 늘고 있다. 조로형 소비란 나이에 걸맞지 않게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상품이나 대중문화에 대한 소비가 많은 성향을 뜻한다. 과거에는 복고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주로 5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 두드러졌다면, 그 연령대가 크게는 20세 이상 앞당겨진 셈이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을 겨냥한 복고 상품의 판매는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온라인 마켓 11번가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달고나 세트, 부루마블 게임 세트, 야구 점퍼, 베레모 등 30여 개 복고 상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항목별로는 1990년대 유행했던 더플코트가 300%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뒤를 이은 야구 점퍼는 162% 증가했다. 옥션에서 파는 구제청바지와 데님셔츠의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30%, 115%로 늘었고, LP판을 재생하는 턴테이블 판매량은 125% 늘어났다.
업체들은 304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이벤트를 앞다퉈 확대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3월까지 ‘꼬깔콘’ ‘빠다코코넛’ 등 9개 품목을 1990년대 포장용지로 바꿔 편의점에서 판매한다. 복고 드라마 열풍을 일으킨 ‘응답하라 1994’에 간접광고를 진행한 CJ푸드빌은 뚜레쥬르와 빕스에 ‘뚜레쥬르 추억의 빵’과 ‘응답하라 스테이크’ 등 관련 메뉴를 출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30, 40대의 조로형 소비 성향이 앞서 ‘세시봉’으로 나타난 50, 60대의 복고 열풍과는 차이가 있다고 분석한다. 5060세대가 당시 문화를 통해 젊은 시절의 ‘나’를 추억했다면, 3040세대는 지난 시대 자체를 동경한다는 것이다. 이 세대는 대학 졸업 후에는 외환위기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내 집 장만을 할 시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 사정이 어려워졌다. 취업, 결혼,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 아직 젊은 나이에도 현실을 외면하고 조로형 소비를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김재문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현재 3040세대는 과거형 소비에서 위로를 얻는 경향이 다른 세대보다 훨씬 일찍 나타났다”며 “젊은 층에서 벌써부터 과거를 돌아보는 성향을 보이는 것은 경제 발전의 관점에서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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