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엔低 희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0일 03시 00분


日 수출길 막혀 가격 폭락… 업계 비상
대형마트 할인행사에 소비자들은 솔깃

엔화의 가치가 낮아지는 ‘엔화 약세 현상’으로 국내 수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 수출이 많은 참치, 광어, 키조개 등 수산물의 일본 현지 가격이 많이 올라 수출 물량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일본 수출길이 막힌 일부 수산물들은 국내 시장에 ‘떨이’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내 수산물의 일본 수출량은 엔화 약세 현상이 심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초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9일 해양수산부 수산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우리나라 수산물의 일본 수출액은 7억4622만 달러(약 7985억 원)다. 이는 2012년 같은 기간의 수출액(9억181만 달러·약 9650억 원)보다 17%가량 줄어든 것이다.

일본 수출길이 좁아진 수산물들이 국내로 U턴하면서 국내 재고량은 계속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참치와 광어, 키조개, 소라, 김 등 일본 수출량이 많은 수산물의 국내 가격도 하락세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초 kg당 1만9000원에 팔리던 눈다랑어 가격은 9일 현재 1만4000원대로 약 26% 떨어졌다. 광어는 1만1500원에서 9000원으로, 키조개는 3500원에서 2500원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7500원이던 김(100장 기준) 가격은 1년 사이 38%나 싸져 4600원이 됐다.

일부에서는 늘어난 재고를 ‘떨이’로 처리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수산물 생산자들에게는 달갑지 않지만 소비자들에게는 귀가 솔깃해지는 상황이다. 최진일 이마트 수산팀장은 “엔화 약세 현상이 계속될 경우 국내 수산물의 일본 수출량이 지금보다도 10∼20% 더 줄어들고 가격하락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마트는 눈다랑어 등 일본 수출 감소로 타격을 입은 상품을 중심으로 한 할인행사를 15일까지 열 예정이다. 눈다랑어는 ‘참치의 왕’으로 불리는 참다랑어 다음으로 비싼 고급 어종으로 일본인들이 좋아한다.

일본은 세계에서 참치류 어종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다. 따라서 일본 의존도가 높은 횟감용 참치를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해결책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동원, 사조 등 국내 주요 업체들은 일본에 생산량의 80%가량을 수출하는데, 최근 재고량이 지난해보다 10% 정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조시푸드의 한 관계자는 “유럽이나 미국, 중국 등 일본 이외의 지역으로 수출 대상국을 넓히는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일본 방사능 유출 사고로 소비량이 급감했던 동해와 남해 수산물은 설을 앞두고 판매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이는 추석 때 팔리지 않아 창고에 쌓여있던 재고 물량 때문에 가격이 떨어진 덕분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갈치(5kg 상품) 가격은 9일 현재 5만342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만5834원)보다 44% 내렸다. 고등어(10kg 상품)도 이달 2∼9일 평균 가격이 2만102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8000원)보다 25% 떨어졌다.

이경민 롯데마트 수산팀장은 “지난해 추석 때 줄어든 수산물 판매량을 이번 설에 높이기 위해 최저가격 판매 등의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수산물#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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