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기자의 2014 CES 현장]TV가 커지니 디자인도 변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0일 03시 00분


벽걸이-숏다리 스타일 대신 바닥에 세우는 스탠드형이 대세
홈시어터 음질 제품 다수 출품… 삼성TV 그대로 베낀 中 TV도

김지현 기자
김지현 기자
올해 ‘가전전시회(CES) 2014’에서 가장 두드러진 TV 트렌드 중 하나는 디스플레이 크기가 75인치를 넘는 초대형 사이즈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곡면 초고화질(UHD) TV 중에서는 세계 최대 크기인 105인치 TV를 나란히 선보였다.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TCL 하이얼 등도 75인치 이상 거대 패널들을 전시했다.

TV 사이즈의 변화는 TV 디자인에 ‘나비 효과’를 불러왔다. 이전까지 벽걸이형 또는 짧은 다리가 달린 디자인이 많았다면 초대형 TV가 보편화되면서 바닥에 세워두는 스탠드형 디자인이 대세가 됐다. 벽에 걸어놨을 때보다 바닥에 세워놨을 때 시각적으로 더 안정된 느낌을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보편화된 UHD 화질도 TV 디자인에 변화를 줬다. 기존 풀HD보다 4배 이상 화질이 뛰어나다는 UHD는 인간의 눈으로 인지할 수 있는 이른바 ‘궁극의 화질’이다. 다만 음질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실제보다 화질이 나쁘게 인식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는 화질뿐 아니라 음질도 극대화할 수 있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주로 TV 하단 또는 뒷면에 달려있던 스피커를 앞면으로 꺼내온 것이 대표적이다. 베젤(TV 테두리)은 최소화하면서 스피커는 정방향으로 배치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스탠드형 디자인이 늘어나게 됐다.

LG전자는 105인치 곡면 UHD TV 스탠드를 스피커로 채웠다. TV의 절반 크기에 이르는 대형 스탠드에는 스피커 7개와 우퍼 2개가 들어있어 홈시어터 수준의 7.2채널 음향을 제공한다.

LG전자가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 CES 부스에 마련한 ‘울트라 사운드 극장’은 CES 기간 내내 화제였다. 직접 TV 앞에 서보니 때마침 화면 속 호랑이가 울부짖는 소리가 마치 실제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들려왔다. LG전자 관계자는 “곡면 TV는 시각뿐 아니라 청각적으로도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다”며 “TV 디스플레이가 휘어진 모양 그대로 스탠드를 디자인한 뒤 그 안에 스피커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소니도 이번 CES에서 새로 선보인 UHD TV에 화면 양옆으로 우퍼와 스피커를 노출시켰다. 그 덕분에 옆에서 보면 삼각형 모양이 되는 웨지(wedge)형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가 유지하고 있는 이젤 모양의 ‘타임리스 갤러리’ 디자인 역시 스탠드 부분 하단에 스피커가 달려 있다.

베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질긴 줄다리기는 올해 CES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중국 TCL은 지난해 9월 독일 가전전시회(IFA)에 이어 이번에도 삼성전자 타임리스 갤러리를 그대로 베낀 TV 제품을 선보였다. 하이얼 역시 LG전자 ‘손연재 에어컨’과 거의 동일한 디자인의 에어컨을 전시했다.

한국 업체들도 이제 더이상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조성진 LG전자 사장은 8일(현지 시간) 기자간담회에서 “베끼려는 자들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는 수밖에 없다”며 “디자인 특허를 더 포괄적으로 등록해 함부로 디자인을 변형해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가전전시회#C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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