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급등에 서울 세입자들의 ‘탈(脫)서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한 채의 평균 전세금은 2억9268만 원으로, 곧 3억 원을 넘어설 기세입니다. 웬만한 봉급생활자들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죠. 더 싼 아파트를 찾아 서울 바깥으로 나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광역 도로망이 발달해 서울로 가기 쉬운 남쪽에 세입자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성남시 분당구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몰리면 다시 전세금이 뜁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지구의 아파트 전세금이 지난해 한 해 동안 무려 15.9%나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분당구 아파트 전세금도 15.6% 급등했습니다.
이 같은 전세난에 수도권 남부 지역 세입자들이 슬슬 매매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전세금과 비교해도 분양가가 높지 않은 곳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중 한 곳이 경기 화성시 동탄 2기 신도시입니다. 한때 미분양의 무덤이라고 불리던 곳이지만 인근에 산업단지가 개발되고 국내 최대 신도시라는 강점이 더해져 젊은층을 중심으로 분양권 매매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하네요.
13일 오후에 찾은 동탄2신도시 인근의 상가는 영하 3도의 날씨 때문인지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유독 공인중개업소만은 북적였습니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두세 팀씩 있었습니다. 주로 30, 40대 젊은층이더군요. 최형선 동탄탑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하루에 걸려오는 문의 전화가 많을 때는 40건이나 된다”며 “전세금 급등에 동탄 1기 신도시, 수원, 용인 등지에서 문의가 주로 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수요자가 몰리니 지난해 9월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린 동탄 2기 신도시의 아파트 분양권에 하루가 다르게 웃돈이 붙고 있습니다. 특히 시범단지 인근의 중소형 아파트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합니다. 내년 3월 입주 예정인 우남퍼스트빌 전용 59m²는 동과 호수에 따라 웃돈이 3000만∼4000만 원 붙었고 동탄역 더샵 센트럴시티 전용 84m² 아파트도 분양권 가격이 4000만 원 이상 올라간 상태입니다. 이곳 중개업자들은 웃돈이 5000만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인근에 대기업들이 몰린 것도 큰 호재입니다. 삼성전자가 짓는 동탄 1기 신도시 내 연면적 32만9948m² ‘DSR타워’의 준공이 임박한 상태입니다. 흩어져 있던 삼성전자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부품사업 연구소를 모아 종합부품연구소를 만드는 사업으로 2만여 명의 상주 인구가 발생한다고 하네요. 반도 유보라 아이비파크3.0 분양 관계자는 “아직 분양에 나서기 전인데도 하루 50건 가까이 전화가 오고 있다”며 “곧 이사를 해야 하는 연구소 직원들의 문의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박찬식 동천태양공인중개사무소 대표도 “연구인력이 모이면 교육여건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고 내 집을 마련할 여력이 있는 정보기술(IT)산업 종사자들의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기도는 삼성∼동탄 구간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 기본계획 용역비 226억 원을 확보했습니다. 이 구간 GTX가 개통되면 현재 서울 강남구 삼성동까지 자가용으로 약 1시간 걸리던 이동 시간이 18분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그동안 동탄신도시 지역의 가장 큰 약점이 사라지는 셈입니다. 2015년 1월부터 차례로 입주를 시작하게 될 동탄 2기 신도시가 분당과 고양시 일산을 뛰어넘는 명품 신도시로 발돋움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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