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관리에 ICT 융합,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만들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7일 03시 00분


산업부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좌담회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김희집 중앙대 교수와 강혜정 IDRS 사장,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장, 김준동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왼쪽부터)이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에너지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김희집 중앙대 교수와 강혜정 IDRS 사장,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장, 김준동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왼쪽부터)이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에너지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035년까지 한국의 장기 에너지 정책 방향을 담은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14일 확정됐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2035년까지 29%로 확대하기로 한 원자력발전 비중 외에도 이번 에너지기본계획에는 주목해야 할 정책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에너지 정책의 근간이 ‘전기 등 에너지를 어떤 발전소를 통해 얼마나 생산해야 하느냐’는 공급 중심의 시각에서 ‘어떤 기술로 에너지를 얼마나 아낄 수 있느냐’는 수요 관리 중심으로 바뀐 것은 한국 에너지 정책사(史)에서 처음 시도된 ‘패러다임 시프트(전환)’라는 평가가 있다. 또 기업들이 아낀 전기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수요관리 시장 창출, 자가발전기 설치를 포함한 분산형 전원 확대 정책 등을 담은 이번 에너지기본계획이 현실화되면 미래 먹거리 산업인 에너지 절감 기술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에너지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산업통상자원부의 김준동 에너지자원실장과 글로벌 컨설팅사 액센츄어코리아의 에너지·소재 부문 대표를 지냈던 김희집 중앙대 경영대학원 교수, 에너지 수요관리 기업인 IDRS 강혜정 사장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좌담회를 열고 이번 에너지기본계획의 의미와 영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사회는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이 맡았다.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의미와 산업적 파급효과를 평가해 달라.

▽김준동 실장=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지금까지의 에너지 정책이 안정적인 공급에 중점을 둔 것이었다면 이번 계획은 수요관리에 중점을 둔 것으로 에너지 정책의 철학이 바뀐 것이다. 절차적으로도 과거 정책들과 달리 시민단체들까지 포함한 60여 명의 전문가가 권고안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가 정책을 짜는 ‘바텀업(bottom up)’ 방식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계획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새로운 에너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시장활성화 방안이 담겼다는 점에서 신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일자리 창출 기여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김희집 교수=이번 에너지기본계획은 수요관리나 기업들의 자가발전기 도입 등 분산형 전원 정책 강화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기업 모두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이런 구조의 에너지 산업이 형성되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얘기하는 창조경제가 비로소 손에 잡히는 느낌이 든다.

―기업 입장에서는 에너지기본계획의 산업 유발효과를 어떻게 보고 있나.

▽강혜정 사장=세계적으로 에너지 산업은 공급 위주에서 수요관리 위주로 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이제 그런 정책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수요관리 사업은 전력 공급에 어려움이 있을 때 기업 등 전기 사용자에게 사용량을 줄이도록 하고 그 대신 그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정부 주도로 이뤄졌지만 기업들이 스스로 참여하게 되면서 이행률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 이번 에너지기본계획에서 분산형 전원 정책을 강화했는데 이를 통해 기업들이 남는 전력을 팔고 부족한 전력을 사들일 수 있는 수요관리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다.

▽김 교수=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수요관리 시장은 최근에야 탄생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이 시장을 활성화하고 우리의 강점인 정보기술(IT)과 융합하면 스마트 에너지 관리라는 새로운 산업영역이 생겨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수요관리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은 5년에서 10년 뒤에는 수조 원의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실장=정부의 전력 수요관리 목표는 에너지 세제 개편과 에너지 고효율 기기 보급을 통해 2035년까지 전력수요를 15% 감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는 면세였던 전기 생산에 사용되는 유연탄에 세금을 부과하고 그 대신 전기와 대체관계인 액화천연가스(LNG), 등유 등의 세율을 인하할 것이다. 또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선하고 다양한 선택형 요금제를 개발하는 등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할 예정이다.

▽김 교수=과거 많은 정책 실패는 전시행정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시장이 만들어지면 그 정책은 지속 가능해진다. 이번 에너지기본계획은 시장창출형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 변화를 볼 수 있다. 에너지 산업에서 기자재 산업, 서비스 산업 등 다양한 파생산업이 생겨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산업계에만 적용되는 선택요금제를 주택용에도 빨리 적용하는 것이다. 선택형 요금은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고도 소비자들이 다양한 선택권을 갖게 해 수요관리 시장의 큰 축을 형성할 것이다.

―전력 수요관리와 관련한 세계시장을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김 교수=선진국의 전기요금 체계는 대부분 전력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바뀌는 탄력요금제다. 한국은 그동안 굉장히 경직된 에너지 정책을 폈기 때문에 에너지 산업이 발전할 틈이 없었는데 빨리 탄력요금체제로 전환하고 수요관리 시장을 만들어내면 에너지 절감 기자재 시장 등에 진출할 여력이 있다. 신속히 움직이기만 하면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강 사장=이미 에너지 업계에서는 동남아 시장 공략을 기획하고 있다. 다만 전력 수요관리 체계는 현재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가 각각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일원화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김 교수=미국의 사례를 보면 금전적인 지원보다 에너지 절약 정책에 동참하는 명예심에 호소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작은 자극으로 자발적인 동참을 이끌어내는 일종의 ‘넛지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정부가 수요관리 정책을 짤 때도 이런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 실장=정부도 지난해 선정한 7대 중점 추진 과제에 금전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기술과 정책을 결합한 에너지 수요관리를 담았다. 올해는 에너지기본계획의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에 따라 세부 실천방안을 수립하고 추진하겠다.

―자가발전 등 분산형 전원도 세계적으로 기술발전이 가장 활발한 분야로 꼽힌다.

▽김 교수=정부가 2035년까지 분산형 전원 비중을 15%까지 늘린다고 했는데 이는 엄청난 수준이다. 소형 가스터빈이나 연료전지 등을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는데 분산형 전원은 이런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필수다. 국내 기업에 이런 기술이 축적되면 세계시장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강 사장=분산형 전원과 전력 수요관리는 상호 보완적이다.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게 돼 있다. 분산형 전원 정책은 국내에서 새로운 에너지 비즈니스를 개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원전에 대한 우려가 많은 데다 환경 문제 측면에서도 신재생에너지 보급이나 온실가스 감축 등이 중요한데 정부의 입장은 어떤가.

▽김 실장=이번 에너지기본계획에서도 경제성뿐만 아니라 환경, 안전 등 국민들의 삶의 질과 관련한 가치를 균형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환경 문제와 관련해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30% 감축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어떤 방향성을 갖고 가느냐가 중요하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 등 각 부처가 구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다.

―에너지기본계획에 담긴 에너지 복지제도에 대해서도 평가해 달라.

▽김 실장=이번 계획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에너지 복지정책이다.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맞춤형 복지를 위해 내년부터 정부는 에너지 바우처제도를 도입한다. 또 기초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 에너지 고효율 기기 교체사업을 확대하고 요금할인 지원 등을 통해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를 줄여나갈 것이다.

정리=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산업통상자원부#국가에너지기본계획 좌담회#에너지관리#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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