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에서 ‘레저’로 키워드 바꾸니… 중국-동남아 아웃도어 시장 ‘후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3일 03시 00분


국내업체, 아시아 공략 가속 페달… “2020년엔 중국서만 18조원 시장”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는 지난해 드라마 ‘상속자들’에 아웃도어 의상을 지원했다. 그런데 정작 뜨거운 반응이 나온 곳은 한국이 아닌 중국 시장이었다.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점한 블랙야크 매장에서 “‘김우빈(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재킷’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으니 추가 물량을 빨리 공급해 달라”는 요청을 본사로 할 정도였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최근 중국과 대만 등 아시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 블랙야크, 네파 등 상위 업체들이 새 성장동력을 찾아 해외로 진출하는 가운데 중견 업체들도 그 대열에 합류하는 중이다.

국내 업체들은 아시아 시장 진출 성공의 키워드로 ‘탈(脫)등산’을 꼽는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레저’와 ‘패션’이 핵심 개념이다. 중국과 대만에는 우리나라에 비해 등산을 즐기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과 대만 모두 정부 차원에서 건강, 스포츠 사업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시장 전망이 밝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국내 업체들은 ‘도심형 아웃도어’를 모토로 발전시켜 온 세련된 디자인이 일상복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업계 2위인 코오롱스포츠는 올해 안에 중국 내 점포를 200개까지 늘리고 매출도 500억 원에서 750억 원으로 50%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해 모델로 중국의 인기 배우인 탕웨이를 내세웠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매출 비중 분석 결과 중국 소비자들은 가벼운 여행용으로 입는 ‘트래블 웨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올해 아시아경기대회도 예정돼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야크도 산악 활동에 맞는 고기능성 제품보다는 캐주얼한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을 최근 세웠다. 남윤주 블랙야크 마케팅팀장은 “소수의 등산 인구를 겨냥하는 대신 중산층 이상을 타깃으로 한 패션 위주, 특히 한류 중심의 마케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네파는 지난해 11월 중국 웨이하이(威海)에 480m² 규모의 매장을 열면서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김형섭 네파 대표는 지난해 말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 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김 대표는 “가장 진출하고 싶은 곳은 동남아시아 시장”이라며 “여름 시즌 아이템을 개발하는 등 많은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아웃도어 브랜드 ‘와일드로즈’의 중국 및 동남아 시장 진출을 발표한 패션그룹 형지는 오랜 기간 이뤄진 현지 소비자 분석을 통해 패션 차원에서의 차별화를 결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존 캐주얼 브랜드에 만족하지 못하는 35∼45세 여성을 주 타깃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아웃도어 업체들의 아시아 시장 진출이 성공할 경우 국내 시장에 이어 ‘대박’ 행진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특히 2020년까지 약 1000억 위안(약 18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중국 아웃도어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곧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국내 시장의 규모가 7조 원대인 것을 생각하면 중국 시장의 잠재력은 매우 큰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아웃도어#등산#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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