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한국 경제가 ‘퀀텀 점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7일 03시 00분


[경제는 내 친구]

수출-내수 쌍끌이 구조로… 서비스업 키워야 ‘퀀텀 점프’ (동아일보 1월 8일자 A4면)
수출-내수 쌍끌이 구조로… 서비스업 키워야 ‘퀀텀 점프’ (동아일보 1월 8일자 A4면)
Q. 지난해 12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이제 세종청사에서 기적을 한번 일으켜 봐야 되지 않겠는가”라며 “보통 점프가 아니라 퀀텀 점프를 세종청사에서 만들어 보자”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퀀텀 점프의 개념은 무엇이고, 한국 경제가 퀀텀 점프를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보통 점프가 아니라 ‘퀀텀 점프’를 세종청사에서 만들어 보자”고 말했다. 경제학에서는 ‘퀀텀 점프’를 단기간에 비약적인 성장이나 발전을 할 때 사용한다. 동아일보DB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보통 점프가 아니라 ‘퀀텀 점프’를 세종청사에서 만들어 보자”고 말했다. 경제학에서는 ‘퀀텀 점프’를 단기간에 비약적인 성장이나 발전을 할 때 사용한다. 동아일보DB
○ 창조경제와 퀀텀 점프

퀀텀 점프는 20세기 초 정립된 양자역학에서 사용한 물리학 용어입니다. 양자가 어떤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조금씩 발전하는 게 아니라 계단을 뛰어오르듯 불연속적으로 크게 증가하며 상태가 전이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경제학에서도 단기간에 비약적인 성장이나 발전을 할 때 퀀텀 점프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퀀텀 점프는 자신의 몸길이의 100배 이상의 높이로 뛰어오르는 벼룩의 점프와도 비견됩니다. 재미있게도 점프를 위해 힘을 비축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양자는 다음 단계로 전이할 때 계단 높이에 해당하는 빛을 흡수해야 하고 벼룩도 점프하기 위해 몸에 축적된 에너지의 97%를 써야 합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는 말처럼 도약을 위해 끊임없는 준비가 뒷받침된 겁니다.

한국 경제가 퀀텀 점프를 하려면 도약을 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정부에서 강조하는 창조경제입니다. 지금까지 사람이 하던 일들은 기계가 대신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일자리 부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겁니다.

창조경제라는 용어는 피터 코이라는 저널리스트가 2000년 8월 ‘비즈니스위크’에 개인의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핵심이 되는 새로운 경제체제의 출현을 강조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피터 코이가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최초로 언급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용어는 세계 각국이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중요성을 보편적으로 인식하는 데 큰 영향을 줬습니다.

대표적으로 영국은 1997년부터 창조경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 차원에서 발 빠르게 대응했습니다. 그 결과 1997∼2006년 창조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같은 기간 평균 경제성장률(3%)의 2배 이상인 6.9%였습니다. 호주, 일본, 중국 등도 국가 차원에서 창조경제 육성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페이스북, 애플 등 창조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을 발판으로 성장하고 있는 대표적 국가입니다. 벤처 천국이라고 불리는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민간 분야에서 자연스럽게 창조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토양도 갖추고 있습니다. 2011년 메릴랜드대 비즈니스스쿨은 ‘페이스북 앱 경제’가 미국에서 정규직 개발자 일자리를 적어도 18만2744개 만들고 최소 121억9000만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한국 경제가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 퀀텀 점프에 성공하려면

‘먼 훗날에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노라고, 그래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의 한 구절입니다.

창조경제는 이처럼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해 가고, 그 때문에 모든 게 달라지는 것입니다. 눈앞에 결과가 보이지 않는 새로운 모험이며, 새로운 도전입니다.

퀀텀 점프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한 단계씩 쌓아가는 게 아니라 무한한 노력 끝에 짧은 한순간에 비약적인 성과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물이 99도를 지나 100도가 돼야 펄펄 끓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창조경제와 퀀텀 점프는 이처럼 둘 다 보이지 않는 새로운 미래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흔히들 ‘실패’라고 부르는 ‘보이지 않는 성공’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구조가 필요합니다.

에디슨 필라멘트 전구 발명과 관련한 유명한 얘기가 있습니다. 90가지 재료로 실험을 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실패했으니 실험을 중지하자는 조수에게 에디슨은 이렇게 말합니다.

장우애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장우애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무슨 소리야. 자네는 그것을 왜 실패로 생각하나. 그것은 실패한 것이 아니고 안 되는 재료가 무엇인가를 90가지나 알아낸 아주 성공적인 실험이었다네.” 결국 에디슨은 2400번의 실험 끝에 빛을 내는 필라멘트 발명에 성공합니다. 2399번의 ‘보이지 않은 성공’ 끝에 필라멘트를 발명했던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99도에 불을 끈다면 우리는 창조도, 도약도 끝내 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아이템과 아이디어들이 넘쳐나는 실리콘밸리의 화려한 외형보다는 실패도 자산으로 보고 존중할 줄 아는 실리콘밸리의 정신과 시스템을 더욱 본받아야겠습니다.

장우애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창조경제#퀀텀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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