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창조성이 세계적 화두가 되면서 창조와 혁신에 대한 오해도 커지고 있다. 창조적 혁신은 반드시 느슨함과 여유로움을 필요로 한다는 주장이다. ‘열심히 일하는 것(Work Hard)’ 대신 ‘약삭빠르게 일할 것(Work Smart)’을 권하기도 한다. 또 20세기 산업사회형 기업 구성원들처럼 치밀하게 설계된 시스템 안에서 전문화와 분업의 덫에 빠져 있는 것도 창조성 발현을 막는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과도하게 치밀한 통제관리 시스템을 가진 조직에서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실험해볼 시간적 여유와 자율성 자체가 없기 때문에 혁신이 창출되기 어렵다. 따라서 구글이나 3M 등 혁신을 강조하는 기업들은 개인적인 시간을 갖도록 장려하기도 한다. 이런저런 경계들에 의해 서로 분리돼 있던 다양한 기존 지식과 아이디어들이 경계를 넘어 새로운 방식으로 재결합하는 데서 혁신이 창출되는 건 맞다. 따라서 각자 자신만의 영역 안에서 기존 틀에 갇혀 예전에 해오던 일을 반복하는 조직에서는 창조적 혁신이 어렵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여유’와 ‘느슨함’만을 강조해선 안 된다. ‘게으름’은 창조적 혁신과 거리가 멀다. 지난 3년간에 걸쳐 인터뷰한 세계적 예술가 20여 명은 분명한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치열한 ‘몰입’이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창조적 예술가들은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일생을 창조적 예술에만 치열하게 몰입하는 불꽃같은 사람들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예술 외에는 별다른 취미도 없고 휴식이나 여가를 즐기는 법도 몰랐다. 자나 깨나 예술만을 생각하는 매우 특별한 사람들이었다. 예술에만 몰입하고, 삶과 예술이 구분되지 않는 삶을 살기 때문에 심지어 바보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창조적 바보스러움이 창조적 예술의 가장 중요한 힘이자 에너지로 작용하고 있었다.
소나무를 주제로 사진을 찍어 유명해진 배병우 작가, 대한민국 발레 수준을 끌어올린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 그리고 세계가 인정하는 당대 최고의 발레리나 김지영 등은 모두 ‘치열한 몰입’과 ‘바보스러움’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몰입은 창조와 혁신의 필수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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