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후속 조치로 다음 달 초 모든 카드사에 대한 특별검사에 들어간다. 1억 건이 넘는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지 20일이 넘도록 조치가 없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금융사를 조사하라”고 지시하자 이틀 만에 내놓은 대책이다. 금융 당국이 청와대 눈치를 살피는 ‘받아쓰기 감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감원은 설 연휴 직후인 2월 초부터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신한 삼성 현대 하나SK 우리 비씨카드 등 6개 카드사에 대한 특별 현장검사를 실시한다고 29일 밝혔다. 고객정보가 유출된 KB국민 롯데 NH농협카드는 이미 특별검사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국내 전 카드사가 처음으로 금감원의 특별검사를 받게 됐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카드사의 고객정보 수집 현황과 관리, 불법 유출 여부 등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제휴업체에 고객정보를 넘겨준 뒤 사후 관리를 하는지, 카드 결제대행업체인 밴(VAN)사 관리를 제대로 하는지도 살필 계획이다.
금감원은 특별검사 대상인 카드사를 제외한 전 금융사를 대상으로 고객정보 보호 실태에 대한 자체 점검을 지시할 예정이다. 은행, 보험, 증권, 저축은행, 자산운용, 단위 농·수협 등 3000여 개 금융사가 대상이다. 다음 달 중순까지 해당 금융사의 자체 점검 결과를 제출받고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현장 검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 같은 금감원 움직임을 두고 사건이 터진 뒤에야 감독에 나서는 전형적인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금융 당국이 정보 유출과 관련해 제대로 된 현장 점검을 벌인 것은 2012년 15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한 정보기술(IT) 보안 관련 ‘테마 검사’가 유일하다. 지난해 카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보안 점검에서는 이번에 정보가 유출된 카드 3사에 대해 모두 ‘문제없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보 보안 관련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당국이 현장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복잡한 지침만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며 “전문가를 충원해 감독의 질부터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3월 말까지 전화 상담을 통한 신규 영업 금지 조치를 내린 뒤 일부 금융사가 텔레마케터(전화상담원)를 해고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막는 긴급 지도에 나섰다.
한편, 설 연휴에도 KB국민·롯데·NH농협 등의 카드 3사 콜센터는 24시간 운영된다. KB국민카드 25개 영업점은 설 당일인 31일 오후 1∼9시, 나머지 연휴기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NH농협 카드센터 17곳과 거점 점포 17곳의 영업시간은 설날의 경우 오후 1∼4시, 나머지 기간은 오전 9시∼오후 4시다. 롯데카드 13개 영업점은 설날은 오후 1∼6시, 나머지 날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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