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레노버가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무게 중심이 프리미엄 제품에서 보급형 제품으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유명 IT 기업이 ‘휴대전화 원조’로 꼽히는 모토로라를 구글로부터 인수한 건 가벼운 사건이 아니라는 얘기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주도해온 스마트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레노버의 스마트폰 시장 영향력은 아직 미미하다. 기술력이나 브랜드 가치에서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중국계이며 IBM의 PC사업 부문을 인수한 뒤 성공적으로 운영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인 중국에서 레노버가 공격적으로 나올 경우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레노버는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지난해 452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2012년(2350만 대)에 비해 2배 가까이 늘린 ‘성공 경험’이 있다. 이를 통해 레노버의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기준 4.5%, 세계 5위까지 올랐다. 모토로라 인수는 이런 레노버의 상승세를 지속시키고, 브랜드 파워와 기술력을 개선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IBM의 PC사업 부문을 인수한 뒤 PC시장에서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는 건 레노버의 또 다른 저력. 인수 기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노하우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IBM의 PC 기술을 모토로라의 스마트폰 기술과 결합해 향후 다양한 스마트 기기들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도 의미한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LG전자는 ‘G 시리즈’로 한발 늦었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입지가 약한 상태다.
레노버를 비롯한 중국 IT 기업들의 추격 움직임은 한국 기업들에 어떤 형태로든 상당한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 IT 시장에서 불고 있는 중국 기업발(發) 태풍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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