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家 형제분쟁 다시 불붙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4일 03시 00분


“박찬구 금호석화회장 운전사… 박삼구 회장실 문건 몰래 빼내”
금호아시아나, 종로서에 고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운전사인 A 부장(60)과 금호아시아나 소속 보안용역직원 B 씨(37)를 내부 문건을 유출해 활용한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3일 “B 씨가 A 부장의 사주를 받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일정을 비롯한 비서실 자료를 몰래 빼낸 정황이 폐쇄회로(CC) TV에 포착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불법적으로 유출된 자료들이 누군가에 의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공격하는 데 활용돼온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날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고 덧붙였다.

금호아시아나가 B 씨로부터 받은 자술서에 따르면 B 씨는 2011년 11월부터 80여 차례에 걸쳐 비서실에 잠입해 사진으로 촬영한 문서를 A 부장에게 줬다. 그 대가로 A 부장에게서 향응을 제공받았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고소장에서 “얼마나 많은 문건을 빼돌렸는지, 배후는 누구인지, 빼돌린 과정에서 금전거래가 있었는지 밝혀 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금호아시아나 측 관련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누구도 사주하거나 매수한 바 없다”며 “소장을 받아본 뒤 사실 관계를 파악해 공식적 의견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박찬구 회장이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금호산업 주식을 매각하고 회사 자금을 배임·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형제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고소로 두 형제 간 관계가 얼어붙게 됐다.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고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3남과 4남이다.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그룹 자금사정이 악화되자 2009년 6월부터 박찬구 회장은 ‘형제경영’ 원칙을 깨고 금호산업의 지분을 매각하는 한편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10.01%에서 18.47%까지 높였다. 그러자 박삼구 회장은 박찬구 회장을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에서 해임시키고 동반 퇴진했다.

경영권 분쟁으로 그룹이 분리된 가운데 2011년 금호석유화학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그룹에서 제외해 달라고 신청했다. 지난해 5월에는 금호아시아나를 상대로 어음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금호아시아나는 같은 해 9월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상표권 이전등록 청구소송을 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금호아시아나#박찬구#금호석화#박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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