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돌아보지 않고, 주머니 사정 생각하지 않고 비싼 물건을 사버릴 때 흔히 ‘지름신이 강림했다’고 표현한다. 이런 충동구매는 사람이 심리적으로 뭔가 부족함을 느끼거나 외롭다고 느낄 때 자주 발생한다. 인터넷과 통신기술,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은 여전히 외로움을 느낀다.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눈앞에 보이는 물건들을 필요 여부와 관계없이 구매하곤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80%가 충동구매 경험이 있다고 한다. 현대사회의 메마른 인간관계가 자기통제 기능을 더욱 약하게 만들곤 한다.
충동구매를 불러오는 심리적 결핍 상태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누군가와 애정을 주고받지 않는 감정적 결핍 상태다. 두 번째는 친구나 직장, 학교 등 소속된 곳이 없는 사회적 관계의 결핍이다. 미국 플로리다대 연구팀은 이 두 가지 결핍의 차이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실험을 통해 두 가지 결핍과 충동구매의 연관성에 대해 각각 조사했다.
실험 결과 대상자의 나이에 따라 재미있는 차이점이 보였다. 우선 젊은 대학생 세대는 감정적 외로움보다 사회적 외로움을 느낄수록 충동구매 성향이 높아졌다. 즉, 젊은이들은 애정 표현에는 상대적으로 둔감하지만, 소속감을 느낄 사회적 대상을 찾지 못하면 결핍감이 커지고 충동적 성향이 강해진다. 반대로 은퇴한 55세 이상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사회적 외로움보다 감정적 외로움을 느낄수록 충동구매 성향이 높아졌다. 노인들은 어딘가에 소속감을 느끼려는 욕구보다 실질적으로 애정 표현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상대에 대한 욕구가 더 크다는 뜻이다.
이 연구 결과는 기업이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서 세대별로 다른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 애플이 태블릿 컴퓨터인 아이패드를 광고할 때 젊은 고객들에게는 또래 모임과의 소통이 가능한 SNS의 사용이 가능함을 강조하는 한편 베이비부머 세대에게는 가족과 얼굴을 보고 통화할 수 있는 영상통화 기능 같은 감정적 친근함을 강조하는 것이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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